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서쪽 터진대문 쪽에 인기척이 있어 내려서니 먼저 흐드러진 백매 가지 새로 꿀벌들이 웅성거립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먼저 몸을 연 꽃송이들이 토한 더운 숨으로 가지마저 벌겋습니다.
봄날이라고 두루 명랑한 것만은 아닙니다. 서귀포 곳곳 트랙터들이 무밭을 갈아엎는 서슬에 꽃타령이 민망합니다. 이른바 산지폐기라는 것인데, 해마다 치르는 제주농부들의 봄몸살입니다.
마침 더블캡을 몰고 지나치는 아름이 다운이 강산이- 삼둥이 아빠의 얼굴에도 그늘이 짙습니다. 한 열흘 더 버티면 아이들 개학이고 월동무 소비가 느는 만큼 값이 오르지 않겠냐고 웃어 보이는데 차마 맞장구를 칠 수 없습니다.
우수 지나니 봄빛이 더욱 가관인데, 함부로 히죽거릴 수 없는 까닭입니다. 장끼가 푸드덩 날아오릅니다. 저놈 때문에 간이 더 졸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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