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9)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9)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2.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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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어제 오전에는 신풍교에서 내려달라고 해 집까지 마을 안길을 걸었다. 그리고 오후에 성산까지 다녀왔으니 걷기도 많이 걸은 하루였다.

마을 안길은 가름길이다. 가름은 마을을 이루는 작은 모둠살이를 이르는 것이고 길이 붙었으니 가름길은 마을 안 여러 동네를 잇는 길을 말함이다.

뒷짐지고 걷다가 이웃형님 두 분과 축협조합장을 지낸 삼촌 한 분을 만났다. 얼른 팔을 앞으로 모으고 인사하고 안부를 여쭌다. 신풍리에서 환갑 나이는 앳된 청년이다.

그 사이 마을 안쪽 곳곳에 새집이 많이 들어섰다. 오래된 집을 개축, 증축한 곳도 있고 새로 이사온 분들이 땅을 얻어 살림집을 신축한 곳도 꽤 된다. 휘적휘적 걸으며 동백꽃도 어르고 돌담 밑에 흐트러진 잔돌들도 다시 끼워넣는다. 늘 자랑하는 것이지만 신풍리 마을 안길은 제주 전통마을 정취가 오롯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올레 길이다. 한때 읍 관계자들과 뜻을 모아 우리 마을 안길을 새로운 올레코스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오늘은 비가 와 우비까지 갖춰 입고 바닷가 산책을 했다. 근력을 되살리고 허리병을 다스리기 위함이니 우천에도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집에 와 글감 하나 붙들고 쪼물딱거리는데, 장수익 선생(서귀포방송 본부장)이 구좌 세화(표선면에도 세화리가 있어 이리 구분해 부른다) 취재차 나섰다가 돌아가는 길에 집에 들르시겠다고 하신다.

부랴부랴 '사립문을 쓸고'(손님맞이 대청소) 난로에 불을 지피니 몇 년 만의 재회인데도 어제 본 듯 반가운 장 선생님이 시간을 맞춘 듯 들어선다. 동행이 한 분 계신데 어이쿠, 내가 존경하는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의 자제이신 변정훈 선생(공익재단 아트SHIJI 이사장)이다.

이런저런 덕담과 밀린 얘기를 나누는데, 내 말만 잔뜩 늘어 놓은 결례를 뒤늦게 깨닫는다. 보잘것없고 수다스럽기만 다변을 잡아야 하는 걸 또 깜빡한 것이다. 내가 좋은 날을 택해 서귀포시로 넘어가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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