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2.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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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

하귤이 있는 뜨락.

시언재의 자랑거리입니다.

하귤을 돋보이게 하려고 주변 귤나무를 열두어 그루 베어내고 뜰을 꾸몄습니다. 서쪽 담을 허물어 차 한대 세울 터도 만들고, 키장미, 덩굴장미를 심고 수국, 자목련, 백매화, 자엽벚을 심었습니다. 말오줌때 묘목 두 그루를 구해와 뜰로 내려오는 어귀에 장승처럼 세웠습니다. 박훈일 관장이 권해, 김영갑갤러리에서 한 뼘쯤 얻어 묻어둔 금잔디는 십년 세월에 열 평 정도 번졌습니다.

하귤은 온주밀감보다 보름 정도 늦은 오월 중순께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데, 이듬해 초여름에 수확합니다. 온주밀감은 다 따내 사위가 썰렁한데, 하귤 홀로 푸른 잎을 자랑하며 주먹만한 열매를 이백여 개 달고 겨울을 납니다. 계절을 거슬러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탓에 '플라스틱 귤 매달아 놓은 거예요!' 해도 다 속습니다.

초여름, 마실 게 변변치 않은 제주 농가에선 꼭 한두 그루 집에 심어 두고 과즙을 이용해 왔습니다. 일반 귤보다 비타민C 함량이 서너 배는 높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냥 까먹어도 좋은데 신것을 꺼리는 저는 한번도 그냥 까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요즘은 제주농가에서도 보기 쉽지 않고, 제주오일장 같은데서 서너 알에 돈 오천원을 받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귤을 둘러보고 집밭 귤나무 사잇길을 휘적휘적 걷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겨울 몸살에 몸이 으슬으슬해 오늘은 오후가 되어서야 하귤 뜨락을 둘러봅니다. 뼈마디가 다 쑤셔 얼른 자리를 뜨는데 직박구리 한 쌍이 엄청 짖어댑니다.

오늘 날씨, 제 몸 상태처럼 꾸물꾸물 낮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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