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2.0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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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정희성 농부시인
정희성 농부시인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

화목난로에 삼나무 장작개비 서너 개를 넣어 온기를 지핀 후 귤을 깝니다. 여름 준비입니다. 달달하고 시원한 냉차 생각이 날 때면 따라마실 수제 감귤주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재료는 가장 늦게 딴 '얼뜨기'들입니다. 덩치만 크고 특히 못 생겨 제가 그리 이름 붙인 왕귤들입니다. 서울로 광주로 대구로 팔려나간 제 동기간보다, 생김새가 그래서 그렇지 달콤하기는 더 웃길입니다.

손톱 밑이 노래지도록 한 광주리 까 놓으면, 솥에 넣어 다리고 즙만 걸러내어 비닐 팩에 담는 번잡하고 고된 뒷일은 아내 몫입니다. 귤수확용 노란 상자 한 상자분 다섯 관을 까 즙을 내면 대개 서너 팩은 건집니다. 이걸 김치냉장고에 쟁여놓고 두고두고 먹습니다.

보통은 여름손님들 차지입니다. 변변하게 내놓을 게 없는 살림이라, 차 대신 내고 손님들 가시는 길에 한 팩씩 건네기도 합니다. 물론 이맘때 고작 열에서 스무 팩쯤 만드는 것이라 허랑하게 내돌리지는 않습니다.

올 여름 혹여 제집에 오시어서, 무덥고 목이 카랑카랑하시면, 귤 주스 한 잔 달라고 해보십시오. 운이 닿으면 봉지째 챙기실 수도 있습니다.

안주인께서 스무 관 다 까놓으라고 했는데, 밖에 기척이 있어, '잘 되었다' 핑계삼아 반쯤 해놓고도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11일에 주문한 책이 왔습니다.

가네코 후미코!

'산처럼' 출판사의 근간으로 책 잘 만드는 대학후배 윤양미 대표가 추천한,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평전입니다. 이것으로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에 이어 '산처럼'의 근간과 두번째 만납니다. 내 식의 소박한 응원인데, 윤 대표의 '산처럼'이 올해는 더욱 '일람중산소' 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날씨, 신풍이가 양지 바른 계단을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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