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1)
신문을 3종 본다. 경향, 중앙, 제주신문.
제주에도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다 합하면 십수 종인데, 제주신문이 내게 칼럼 지면을 내주는 인연으로 자비 구독중이다.
타칭 제주의 벽지, 신풍리에도 5기가 인터넷이 들어오기에 뉴스검색 잘 된다. 하지만 뉴스가치를 정하는 신문사의 의도를 한눈에 파악하려면 종이신문이어야 하기에 큰돈 들여 구독하며 한꺼번에 펼쳐보는 것이다.
요즘, 어느 신문이 정론지냐 따지는 건 고리타분한 시시비비다. 요는 독자가 가려 읽어야 한다. 이 신문, 저 신문에도 정론이 있고 오판과 왜곡이 있다. 절제되지 않은 비보도용 어휘나 수사법과 마주하면 빨간펜을 들기도 하고 데스크에 전화할까 막 치기가 솟기도 한다.
이륜차로 신문을 배달하는 오 사장은 10년 단골인 내게 깍듯하다. 가끔 조간을 석간처럼 배달하는 날은 물론 밉다. 재미난 건, 경향은 어제 신문이 오늘 배달된다. 그래서 김택근 선배의 토요일자 칼럼을 이미 웹으로 읽어놓고 종이신문은 오늘 펼쳐보는 것이다. 사유가 진중하고 촌철살인이 번득이는 명칼럼을 읽는 건 벽지에서도 큰 도락이다.
"대붕의 날갯짓에, 소인은 먹을 가는 손이 떨립니다."
김 선배의 페북에 내가 댓글로 남긴 독후감이다. 잘 접어, 두고두고 읽기로 한다.
중앙은 요즘 신문이 아니라 주간잡지 같다. 2, 3면 귀한 뉴스 섹션에 조성길 망명기사를 할애하곤, 조성길이 신혼 때 평양압구정동에 살았다고 알려준다. 십여년 전 북한 수용소 기사로 도배하던 월간조선과 많이 닮아보인다.
깔끔하게 16면쯤 내던 90년대 신문들이 생각난다. 지면이 귀하니 기자들도 기명기사에 최후까지 책임질 각오로 신명을 바쳤던 시절의 그 뉴스페이퍼들.
김 선배의 명문장이 아니었다면, 나는 한참을 넘겨야 일독이 끝나는 일간지의 고도비만(중앙 7일자 간지 포함 48면, 경향 5일자 24면, 제주신문 7일자 16면)에 또한번 진저리쳤을 것이다.
제주신문은 "제2공항 후보지 안개일수 조작 의혹"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절차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은 국책사업은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선 신공항을 바다 위에 만들면서 이해당사자 중 최후의 1인까지 설득, 동의를 받은 후 공사를 추진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만 10년이 넘게 걸렸다고 들었다.
오늘 날씨, 바람이 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