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장모상을 치른데다 친모 병구완 때문에 모 대학병원 집중치료실에서 4박5일 간병을 하느라 꼬박 스무하루를 육지에 머물다 왔다.
몸이 고달픈 것보다 지독한 먼지지옥에 갇혀 있는 것이 더 고되었다.
반면 제주살이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다들 가혹한 미세먼지의 덫에서 벗어나고픈 갈망을 제주살이에 대한 부러움으로 드러냈다. 제주의 바람과 빛과 파도소리를 자주 들려주는 것으로 벗들에게서 받은 위로에 값해야겠다.
제주로 돌아와 몸을 추스리자마자, 유신의 말이 천관녀의 집으로 향하듯 봄바다로 내려왔다.
클라리넷으로 봄을 부르는 소녀 곁에는 수선화와 팬지 무리가 바람을 맞고 있다. 한줄기 빛살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학꽁치들이 봄바다 속살을 헤적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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