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0)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0)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4.0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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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제주의 사월 초순은 꽃샘보다 사삼 추모일이 있어 시리다. 왕벚꽃 꽃비가 휘날리고 유채는 절정이어도 71년의 침묵과 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어서 더 시리다.

서울 지인들과 삼치회를 곁들인 저녁, 평화관광을 콘텐츠로 엮어내기 위한 가벼운 논의, 농촌유학센터 예결산 정기총회, 귤밭 전정과 정리, 줄장미와 백합 옮겨심기, 괭이나물 제초까지 크고작은 행사로 한 주간을 보내면서도 옷매무새를 흐트리지 않으려 했다.

인제에 둥지 튼 동무에게 고성산불 걱정에 안부를 묻고 볕 고운 하귤 뜨락에 내려서니 자목련이 봄하늘에 대견하다. 작년 가을 때맞춰 전정을 해준 덕에 홍가시 새순이 오로라처럼 붉다. 딸기꽃도 절정이고 그예 황금꽃댕강과 단풍나무 새 순이 수북하다.

어쩌면 새 순이 꽃보다 열렬하고 찬란하다.
어쩌면 사월 초순 어김없이 몸을 흔드는 이 현기증은 수피를 찢고 혀를 내민 저 고요한 함성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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