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표선 허브동산. 허브차가 감미롭다. 혀끝에 맴도는 온기에 저물녘 한가로움이 깊어진다.
온실에 들러 허브향에 온몸을 맡긴다. 왕벚꽃 유채꽃밭이 광목치마에 저고리끈을 감아쥔 여고시절 누이라면, 온갖 색과 향을 뽐내는 허브 온실은 양옥집 고명딸같다.
초인종을 누르면 휘파람새 소리가 길게 나던 그집, 냅다 도망치며 뒤돌아보면 포플린처럼 웃던 파란 눈의 아이, 매번 장난질을 알면서도 하트모양 초콜렛을 내밀던 아이, 그 아이의 목덜미에 선명하던 박하분을 떠오르게 한다.
크리산세멈 스노우랜드, 극락조, 제라늄, 팬지, 유리호프스, 꽃양귀비... 쟈스민 향기를 가르고 아직도 소녀인 파란 눈의 그 아이가 손을 내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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