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9)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9)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3.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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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오년 만에 집밭 귤나무 오십 그루 강전정을 하니, 잘라낸 주가지, 부가지들이 수북하다. 걷어내 한쪽 구석으로 치워놓고 허리를 펴니, 교회 앞마당 벚꽃이 그새 환히 피었다.

- 벌써 낼 모레가 사월이구나!
매화는 이미 다 지었다. 잎순이 나고 꽃 떨어진 자국에선 씨방이 자라고 있다. 동백은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붉은 꽃을 여전히 달고 봄꽃들과 재색을 견주고 있다.

무릎 아래 괭이나물꽃, 큰개불알꽃이 무성하고 앵두나무도 서너 봉오리 흰꽃을 피워낸다. 하귤 아래 작약 새순이 반갑다. 딸기꽃도 스무 송이 남짓 피어나 저도 보아달라고 시샘을 한다. 사월을 코앞에 둔 이즈음, 역시 백미는 왕벚꽃이다.

검질을 매던 골갱이 내던지고 벚꽃놀이 나선다.
마을 동편, 성읍리로 올라가는 십리 왕벚꽃길이 벌써 꽃터널이다. 신풍리 왕벚꽃길이 그예 소문이 났는지, 마을 어귀에 관광버스가 한 대 서있고 상춘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내려온다.

사나흘 뒤엔 이웃마을 가시리 녹산로 삼십리 길에도 유채와 왕벚꽃이 잔치를 벌일 것이다. 올해는 때 놓치지 않고 벚꽃구경을 즐길 생각이다.

시골 농부가 누릴 호사가 뭐 별게 있을까?
새순 나오는 사월 꽃대궐 그늘에 누워, 남자의 일생-이미자 한 곡 흥얼거리면 족한 것을...

※ 제37회 제주유채꽃축제 4월 4일~7일 표선면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일원 서귀포시 주최 제주유채꽃죽제조직위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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