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봄밤. 고즈넉하다.
어제 봄비 오시고 포근한 날씨라 제주 고사리가 우후죽순이다. 삼촌들의 화제도 대개 고사리다.
삼달리 어느 집은 몇 근, 하천리 삼거리집은 몇 근을 했느니 하는 표정이 부러움 반 시샘 반이다. 다들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다.
우리 부부라고 다르지 않다.
금슬초 꺾으러 모구리 언덕배기로 첫 마실 나갔다.
고사리 꺾다보면 자꾸 서로 안부가 궁금해져 '여보, 당신 어디 있어?'하고 상대를 불러댄다. 내일 협의이혼하러 가려던 부부조차 서로 이름 불러대다 정이 새롭게 될 정도다. 하여 난 제주 고사리를 금슬초라 부르곤 한다.
첫 수확은 두어 시간 바람 쐴 겸 나선 터라 시원찮다. 부부 합심이 고작 이킬로 남짓, 삶아 말리면 반 근도 못되는 양이다. 그래도 사월 초순에 꺾는 제주 첫 고사리맛은 한우도 부럽지 않은 만큼 소중하게 삶고 말린다.
이 맛을 기억하는 육지의 지인들 얼굴이 떠오른다. 한 줌씩이라도 나눠 보내려면 지금처럼 게을러선 곤란하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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