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5)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5)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4.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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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백호짜리 진경산수를 얻었다.
동쪽 벽에 창을 낸 것이다.

얼마나 단단하게 벽을 세웠든지, 기현씨와 친구 전문가 둘이 한참 씨름을 했다. 소설가 서진 선생과 선제 씨 부부가 마무리를 맡아주었다. 창이며 틀 같은 재료들은 몇년 전 이웃에서 얻어 놓았던 것을 재활용했다.

정작 주인은 몸이 성치 않아 잔심부름조차도 게을리했다. 창고가 환해지니 아내가 퍽이나 좋아한다. 차차 시간을 내 새로 칠도 하고 장판도 깔 생각이다.

모든 일엔 때가 있는 법이리라. 십 년 전 제주에 터를 잡으면서 귤창고를 사랑채로 꾸미겠다고 계획했던 일을 마침내 이루었으니 말이다.

이제 사랑채 창가에 앉아 새벽빛을 바라보고 빗소리에도 귀기울이는 복을 누릴 참이다. 이 일 탓에 사랑의 빚이 또 늘었다. 갚을 일이 난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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