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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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4.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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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하귤이 있는 뜨락, 시언재 작은 정원이 점입가경이다.

사시사철 날마다 어떤 꽃이라도 피어나 있게 하려는 욕심이 지나치다보니, 단아함은 없고 어수선한 뜰이 되었다. 그래도 백여 평을 떼내 정원이랍시고 공들여 가꾸니 '제멋에 겨울' 만큼은 된다.

하귤은 뜰의 중심이어서 우주수다. 바로 밑에 금새우란을 심은 건 각운을 맞추는 것 같은 배치다.

올해 유독 살피는 건 라일락과 레몬 두 그루의 착근이다. 작년 가을 새 식구로 들였는데, 꽃망울이 실하게 올라와 걱정을 덜었다. 청포도와 단감나무, 블루베리는 직박구리 차지라 아예 봄부터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속편하다.

사흘 전 비를 흠뻑 맞은 덕인지, 작약과 자란이 빼꼼히 꽃봉오리를 내민 것이 앙증맞다. 봄비 내린 후 매실도 부쩍 알이 굵어졌다. 자벚꽃은 자목련이 지고나서나 홀연히 피어난다. 홀로 화사한 겹꽃을 자랑하려고 꼭꼭 참았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엔 아내가 땅두릅과 참취를 뜯고 쑥 캐는 걸 돕는다. 어디서 씨가 날아왔는지 사자발쑥도 보인다. 돌나물은 조금 더 자라야 찬거리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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