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8)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28)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3.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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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친구집에 왔다. 오랜만이다.
개나리가 피었다.
저 자리에 같이 앉아 있었다.

루게릭일지 모른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제주에 왔다.
2002년 여름이었다.
두모악 김영갑갤러리는 그럭저럭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 삼 년은 더 살 거라네.
무심코 말했다.
옥상에 같이 올라가 삼달리 바다를 바라보았다.

- 당신은 시 쓰고 난 사진 찍으며 같이 살자.
부관장 시켜준다고 꼬드겼다. 그러마 했다.
약속은, 2009년 11월 그가 이미 피안으로 떠난 지 4년 후에나 지켰다. 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삼달리 옆마을 신풍리에 터를 잡은 연유다.

아내가 서울살이 정리를 도왔고, 그의 제자 박훈일 관장이 낯선 제주살이를 살갑게 챙겨주었다.

올벗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  갤러리 뜰에 친구의 기척은 없고, 김숙자 선생의 토우가 대신해 인사를 건넨다. 그의 뼈를 묻은 감나무 근처를 애써 외면한다.

박훈일 관장이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사월부터 유월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사진초대전을 갖는다는 것이다. 작은 크기로 인화한 사진을 보여주는데, 놀랍다. 4년 동안 작업한 성과라고 한다.
출어람의 경지다. '저기'서 친구가 싱긋 웃고 있을 것이다.

김숙자선생의 토우
김숙자선생의 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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