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한 삼십 분 기구 운동을 마치고 오늘은 물 빠진 해비치 모래밭을 동서로 가로질러 소금막해변까지 가보려고 욕심을 냈습니다.
발이 푹푹 빠집니다. 두 치쯤 패인 발자국을 뒤돌아보니 여전히 팔자걸음입니다. 아내가 즉각 지도편달을 합니다. 내 발자국을 따라와! 저만치 앞서 걷는 아내와 나, 단둘이라 괜스레 설렙니다. 해로라는게, 이리 같은 길을 걷는 거구나, 별스런 생각도 해봅니다. 1983~2019 삼십육년중 삼십년 넘게 아내가 밑지고 살았습니다. 한 십 년 솔찮게 빚을 갚겠다고 장담은 하는데 재주가 뻔해 쉽지 않습니다.
그저 상머슴만치로 예예, 절대복종까진 아니더라도 아내가 싫어하는 건 삼가려고 애를 씁니다.
돌아오는 길, 단골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데 주유소 구석에 쌓인 나무파레트가 아내 눈에 띄었습니다. 저것 땔감이네. 대꾸는 금물, 전광석화처럼 차에 상비해두는 엔진톱을 꺼내 그르릉 잘라 짐칸에 싣습니다. 오늘은 나는야 나무꾼. 사나흘치 땔감을 장만하고 나서 '자찍'도 한번 해봅니다.
내친 김에 창고 사랑채에 이전에 쓰던 화목난로를 설치했습니다. 아내가 한번 쓱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안합니다. '그만하면 되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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