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정착하기(9)
제주에 정착하기(9)
  • 강방수
  • 승인 2019.02.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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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상대방의 입장에 맞춰 대화하는 능력을 갖춰라
ㅡ복잡한 상황변화에 대처하라.
강방수 시민기자
강방수 시민기자

제주에 정착하기(9)

ㅡ상대방의 입장에 맞춰 대화하는 능력을 갖춰라

ㅡ복잡한 상황변화에 대처하라.

언어와 관습의 변화는 한양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느리다(=윤용택 교수).

그래서 제주에서는 다양한 상황들이 복잡하게 뒤섞이기도 한다(과거와 현재의 공존).

여기서는 제주도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서 일단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자신과 얽힌 재미있는 상황들이 많이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가령 내 친구 중에 얄미운 놈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의 다섯 살 난 아들이 지나간다고 하자. 열받은 일도 있고 해서 "! 너네아방 어디갔어?"라고 하면 절대 안된다.

"00아 어디 가니? 아버지는 집에 계시냐(이시냐)?"라고 듣는 사람 기준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이것은 형식적인 대원칙이다.

제주에서는 이 형식보다는 내용에 더 큰 무게를 둬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 친구가 아들과 같이 간다고 했을 때 "야 이 XX! 너 똑바로 안할래?"라고 하면 아들 앞에서 아빠의 권위가 손상되기에 절대 안되고 "! 그거 좀 해주라게"식으로 부탁조로 말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생각하면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잔칫집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도지사에 대한 욕들을 사정없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지사가 잔치를 먹으러 왔다. 그러자 금방까지 도지사 욕을 하던 사람이 달려나가서는 도지사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 밥 가져와라,고기 가져와라 하면서 접대를 한다. 그리고 한참동안 안부를 물으며 자리를 같이 한다.

나는 하도 어의가 없어서 도지사가 가고 난 다음 한 마디 했다.

"형님,사람이 경 갑자기 바뀔 수도 이수과?"

"어떵 말이니게? 손님으로 와신디.."

제주에선 이게 맞는 말이다.똑 같은 사람을 만날 때도 옆에 누가 있느냐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분위기의 대화가 펼쳐진다. (나는 이렇게 하지도 못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상대방이 나한테 하는 행동을 보고 내가 상대방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예의없이 행동을 해도 되는 경우는 딱 한 가지의 경우가 있다. 데모를 할 때다.무조건 반말로 하면 된다.

대통령이고 도지사고 필요없다.

"000은 내려와라!"

뽄닥사니 없게시리 "내려오십시요"라고 하면 지가 또라이가 된다.다수의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니까 가능한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난처한 경우를 당했다.

평소 잘 알던 경찰과 몸싸움을 하면서 반말을 많이 섞으니까 열받아서 책임자가 도망갔다.

그 후로 나만 보이면 고개를 돌리고 가거나 숙이면서 간다.

상황에 맞는 언행을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에서 말이 많은 사람은 IQ200이 넘지 않는 한 어디선가는 미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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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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