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정착하기(7)
제주에 정착하기(7)
  • 강방수
  • 승인 2019.01.2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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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껴라
강방수 시민기자
강방수 시민기자

제주에 정착하기(7)
ㅡ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껴라

어느 날 제주로 내려온 예비신혼부부를 산에서 만났다.
하도 궁금해서 왜 내려왔냐고 물으니 행복하게 살기 위해 왔단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는 이 나라가 슬프고 이들의 과감한 대처에 정말 놀랐다.

사실 제주도는 작은 행복에 목숨을 거는 동네다.

서홍리 지장샘의 설화에선 마을 사람들이 그 작은 물을 지키고자 했던 의지가 강하게 돋보인다. 그 밑에는 물이 콸콸 나는데도 겨울에는 별 볼 일이 없기에 그렇다.
지금은 해군기지가 되어버린 강정의 할망물도 신성시가 되었다.
내가 제주에서 살면서 그렇게 졸졸 솟아나는 용천수는 처음 봤다. (1분에 2컵 정도 나온다). 그래도 겨울철에 마르지 않아서 대단한 평가를 받았었다.
제주에서 최고로 용천수가 넘쳐나는 동네에서 이 작은 물이 '우리 것'이란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큰 물에 설화가 있는 경우는 천지연 뿐이다. (조선 중기에 용이 승천했다고는 하나 '우리것'이란 인식이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 할머니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이유를 물으니 놀라운 답이 나왔다.

"마지갱이 살아사주게.... 욕심은 부령 뭐헐거라"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었기에 나눔의 문화도 상당히 발달되었다.
그 작은 행복은 기필코 지키고자 했고 때문에 반란?도 많이 일어났다.
큰 행복은 상상의 섬 이어도에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어도에 가면 살아있는 현실세계는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갈등은 애기장수 설화에서 애절하게 나타난다.

꿈을 갖고 제주에 온 사람들은 야반도주를 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도 못하는 농사를 한다면서 비료값,묘종값,자재값들을 물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다.
덕분에 외상문화가 많이 사라지긴 했다.
제주에서 떼돈을 버는 길 중에 하나는 월동작물의 재배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도 도박이다. 꼭 하늘이 도와줄 때만 돈이 된다.
나라에서 돈이 되게끔 만들어 주질 않는다.평균을 따지면 그게 그거다.

그렇다면 작은 행복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술을 먹고 싶으면 동네사람과 마주앉아 재미있게 얘기하면서 막걸리나 먹으면 된다.
양주를 먹어야만 취하는 것인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동네 할머니가 욕을 먹고 있다.
집도 있고 재산도 빵빵한데 퇴직을 하자마자 소형차를 사서 종이박스를 주우러 다닌다.
왜 어려운 사람들 밥벌이를 막느냐고 욕을 먹는 것이다.
요즘은 길거리에 뿌린 일수광고 홍보지도 한 장에 100 원에 매입한다.
젊은 사람이 주우면 하룻밤에 30만원도 벌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줍지 않는다.
가게 앞의 것들은 모았다가 그걸 줍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오면 준다.
그게 살아가는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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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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