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화백의 그림과 시 2] 폭풍의 화가 변시지
[변시지화백의 그림과 시 2] 폭풍의 화가 변시지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12.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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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금 시인
파도
우성 변시지화백의 '파도'

폭풍의 화가 변시지

                                    문 상 금

 

파란 바닷물이 출렁일 때면

이어도는 어떤 곳일지

늘 궁금하였다

 

쉴 새 없이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이 폭풍이 되고

그 세찬 폭풍 속을

지팡이를 짚고

쓰러질듯 절룩이며

이어도를 건너오는 사내가 있다

 

죽어서 갈 수 있다는 이어도를

온통 황토빛인 하늘과 바다를

등 뒤에 거느리고

이어도를 건너오는

구부정한 한 사내가 있다

 

아아, 폭풍의 화가 변시지

강렬한 폭풍 속에 내던져진

존재의 고독을 한없이 사랑한 사내

 

세상의 모든 바람들이 뚫고 지나갈

바람의 통로를 화폭에 그려낸다

 

세찬 폭풍, 쓰러질 것 같은 소나무, 외로운 사내

흔들리는 쪽배, 여윈 말, 황토빛 하늘과 바다

양파뿌리 같은 태양

 

그리고 다리가 하나인 까마귀

또 절룩이는 까마귀,

까마귀 ...

 

사내는 까마귀에게 묻는다.

“너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까옥, 까옥”

까마귀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눈을 감으면

기다림과 적막 그리고 평화

 

온통 그리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

이어도에서

 

손 흔드는

아아, 폭풍의 화가 변시지

 

오늘은 서귀포 서홍동 변시지 그림정원에서

불멸의 점 하나 내리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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