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 시인
폭풍의 화가 변시지
문 상 금
파란 바닷물이 출렁일 때면
이어도는 어떤 곳일지
늘 궁금하였다
쉴 새 없이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이 폭풍이 되고
그 세찬 폭풍 속을
지팡이를 짚고
쓰러질듯 절룩이며
이어도를 건너오는 사내가 있다
죽어서 갈 수 있다는 이어도를
온통 황토빛인 하늘과 바다를
등 뒤에 거느리고
이어도를 건너오는
구부정한 한 사내가 있다
아아, 폭풍의 화가 변시지
강렬한 폭풍 속에 내던져진
존재의 고독을 한없이 사랑한 사내
세상의 모든 바람들이 뚫고 지나갈
바람의 통로를 화폭에 그려낸다
세찬 폭풍, 쓰러질 것 같은 소나무, 외로운 사내
흔들리는 쪽배, 여윈 말, 황토빛 하늘과 바다
양파뿌리 같은 태양
그리고 다리가 하나인 까마귀
또 절룩이는 까마귀,
까마귀 ...
사내는 까마귀에게 묻는다.
“너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까옥, 까옥”
까마귀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눈을 감으면
기다림과 적막 그리고 평화
온통 그리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
이어도에서
손 흔드는
아아, 폭풍의 화가 변시지
오늘은 서귀포 서홍동 변시지 그림정원에서
불멸의 점 하나 내리찍는다
Tag
#변시지
저작권자 © 서귀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