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칡과의 공존
[기고] 칡과의 공존
  • 서귀포방송
  • 승인 2025.06.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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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희,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이형희

칡은 잡초일까, 자원일까?

한번 뿌리를 내리면 그 덩굴이 산을 덮고 나무를 감싸고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식물, 칡. 그 강인한 생명력 덕에 칡은 “생태계의 적”으로 또 한편으로는 “천연자원”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과연 이 식물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기근을 이겨내는 구황작물로, 산야를 점령하는 골칫거리로 “칡”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온 식물이다. 칡은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약초로 귀하게 여겨운 식물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칡뿌리는 흉년이 들었을 때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귀중한 식량이었다. 굵고 긴 뿌리 속에 녹말이 풍부하여 구황작물로 쓰였으며, 칡의 가장 대중적인 효능은 단연 숙취 해소로 지금도 칡즙이나 칡가루 형태의 건강식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칡, 문제 식물일까? 칡은 덩굴성 다년생 식물로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햇볕을 선호하며 주변 식물을 감싸 그늘지게 하고, 경쟁 식물의 생장을 억제한다. 이 때문에 칡은 일부 지역에서 침입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칡은 식물의 생존 방해, 산림 경관 훼손, 농작물 피해, 제거에 따른 비용 발생 및 노동력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아니면 칡은 천연자원일까?

칡은 오래전부터 생존을 돕고 건강을 지키는 약초로 이용되어왔다. 구황작물, 약용식물,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 강력한 토양 고정력으로 사면 녹화에 효과적이고, 숙취 해소, 혈액순환 개선 등 건강식품 원료로, 천연 섬유자원 재활용 등 그 쓰임새는 다양하다.

결국 칡과의 공존을 위한 지혜를 모아 완전한 제거가 아니라 선별적 관리와 활용이 핵심이다.

보호종 주변 및 산림경관보호 지역 중심의 제한적 제거, 번식속도와 범위 등을 감시하고 과도한 확산 방지를 위한 지속적 모니터링, 약초, 식품, 공예 등 경제적 활용 확대, 칡 채취와 가공을 통한 지역 소득 증대, 자발적 관리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 주민 참여 등이 그 방안이다.

자연과 인간은 상생하여야 한다. 단순한 제거 대상이 아닌, 자원으로서 칡의 가치를 알리는 교육도 필요하다. 칡엿만들기, 바구니만들기, 칡차시음 등을 통해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칡은 이 땅에서 오래 살아온 식물이다. 우리가 칡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유해한 침입종이 될 수도 있고, 유용한 천연자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을 단죄하거나 통제하기보다 이해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택할 때, 칡도 우리 곁에서 새로운 가치를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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