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정희성 농부시인
농부시인 시시콜콜 제주살이(9)
제주의 일월은 돌 작업 하기 좋은 계절이다. 삽상한 바람과 볕 좋은 날을 기다려 하기로 미루어 두었던 일, 시멘트벽돌을 깔기로 마음먹었다.
서쪽 올레대문 주차장에서 창고를 돌아 안채로 오려면 경사각 5도쯤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정원을 처음 들이면서 잡석을 깔았는데, 식구들이 불편해 했다.
적당한 깊이로 잡석을 긁어내고, 한쪽 구석에 쟁여두었던 벽돌과 모래를 날라, 하나하나 깔아나간다. 티자 깔기로 일렬 세 단, 열 줄쯤 깔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장갑이며 골갱이들을 툭 내던지고 꽃구경한다. 백매화 여러 송이 꽃망울 터졌다. 조금 전까지 뭘했는지도 잊고, '수로부인 만난 노옹'처럼 헤벌쭉 입이 벌어졌다.
오늘 날씨, 날마다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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