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초 가을날 아침 어승생악에서 배운 역사
【수필】초 가을날 아침 어승생악에서 배운 역사
  • 서귀포방송
  • 승인 2022.10.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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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석
- 수필가
- 범죄심리사
김문석 수필가, 범죄심리사
김문석 수필가, 범죄심리사

서귀포방송 장수익 대표와 며칠전 만나 윗세오름 등반하자는 약속을 했다. 오늘이 그날이다. 나는 전일 야근을 하고 아침일찍 퇴근과 동시에 장대표와 서귀포오일시장 주차장에서 만나기로하고 만날 장소로 나갔다. 산록도로를 따라 윗세오름으로 향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귀포자연휴양림을 지나 얼마나 달렸을까? 초가을 아침일찍 산행을 한다는 설레임과 제주에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니 영실 등반 코스입구를 깜빡하고 한참을 지나쳐 버렸다.

에구 어떡하지 차를 돌려야지 하는데 장대표가 이왕 지나친 거 어승생악 오름이라도 가자고 하여 계속해 1100도로변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감상하며 차를 달려 한라산 국립공원 어리목 등반코스 진입로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어리목 주차장 주변 초 가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한라산을 배경삼아 기념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비경에 눈욕을 하며 오랫만에 산에 오르는 상황이다.

당초 영실을 통해 윗세오름을 오르기로 했는데 많은 체력을 요하는 곳이라 윗세오름 만큼은 아니지만 한라산 자락 오름을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나 오르기에 힘이 드는 것은 매한가지이나 그나마 한라산을 오르는 기분을 내기에는 여기가 최고다. 드디어 어승생악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승생악 오름은 윗세오름 탐방로인 어리목에서 한라산과 반대편에 있는 어승생악은 작은 한라산이라고 불릴 만큼 산채가 커다란 곳으로 제주시내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바라볼 때 가장 오른쪽에 높이 보이는 오름이다.

보기보다 의외로 오르기에 편안한 어승생악은 정상부위를 제외하고 대부분 숲길로 이루어져 햇빛을 피해 오르기엔 좋은 곳이고 모든 코스에 대부분 데크를 깔아놓고 있어 누구나 등반하기에는 어려움이 없다.

어승생악이 오르기 편한 이유는 입구에서 얼마 안가 길게 평평한 평지가 이어지기 때문인데 오름탐방로의 특성인 ㄴ자 형의 오름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처음 입구의 오르막과 마지막 정상부위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고 오름의 비고의 특성상 바다쪽은 높고 한라산쪽은 낮기 마련인데 등반로의 입구가 한라산 방향에 있기에 더욱 편안히 오를 수 있는 편이다.

탐방로 대부분이 숲길 형식으로 이뤄져 오르는 동안 주변 비경을 바라 볼 전망은 없으나 그늘이 진 탐방로는 더운 날씨에도 어승생악 오름을 오르기엔 정말 좋다. 

어승생악에서 주변 전망을 조금이나 볼 수 있는 곳은 정상 전망대이다. 그곳에서는 한라산의 전망을 즐겨볼 수가 있는데 오늘은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 전방 가시거리가 20미터 정도다. 어승생악 주변 한라산은 하나의 그림같이 펼쳐진 한라산 정상과 제주시내 등 아름다운 비경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겨졌다.

여기 어승생악 오름에도 아주 아픈 제주의 역사가 남겨져 있는 곳이다.

정상에 도착하고 보면 나무 그늘은 완전히 사라지고 조릿대와 억새꽃들이 탐방객들을 반겨준다. 그러나 정상 한켠에는 제주의 아픈역사가 있는 토치카와 동굴진지가 있다. 이것들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미군의 일본 본토 진입을 막기 위한 방어선의 일환으로 일본군이 구축한 시설물들이 남겨져 있어 제주의 아픈역사 현장속에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 진다.

제주 어승생악 일제 동굴진지는 일제강점기의 전쟁관련 시설물로 2006년 12월 4일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307호로 지정된 곳이다.

지하 벙커 두개를 가진 어승생악은 날씨가 좋을때면 멀리 남해 앞바다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에 이를 악용하여 이곳에 벙커를 지어 미군이 쳐들어 오는것에 대비를 했는데 자연환경으로 만들어진 이 벙커는 어승생악 최악의 시설물이 되어 버렸다.

대부분 탐방객들은 모르겠지만 어승생악 또한 산정호수를 가진 몇 안되는 오름 중 하나다. 다만 비가 많이 내려야 물이 차오르는데 산정호수의 위치상 잘 보이지는 않는다.

산정호수의 위치는 정상에서 서쪽인 분화구 안에 있는데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어승생악을 올라본 탐방객들은 다들 알겠지만 정말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전망을 가지고 있는데 남쪽으로는 한라산의 거대한 산채를 북쪽으로는 제주시내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정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전망대이다.

어승생악은 한자 그대로 임금이 탈 말이 나는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어승생악 오름은 제주의 특산물로 조선시대 이름 높았던 말 중 가장 뛰어난 명마가 탄생하여 ‘임금이 타는 말’이라 하여 ‘어승마’라고 불렀다고 하기도 하고 ‘임금님에게 바치는 말’이란 의미의 ‘어승생’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탐라지』에 '어승생악'이라 표기했고, "제주성 남쪽 25리에 있다. 산 정상에 못이 있는데, 둘레가 100보다. 예로부터 이오름 아래에서 임금이 타는 말이 났기 때문이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는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초가을 아침 제주의 아름다운 비경과 제주의 역사가 있는 어승생악 오름을 등반하는 내내 나에게 있어 자연으로부터 새로운 삶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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