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화백의 그림과 시 25〕 고립
〔변시지 화백의 그림과 시 25〕 고립
  • 서귀포방송
  • 승인 2022.05.2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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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금 시인
우성 변시지화백의 ‘고립’
우성 변시지화백의 ‘고립’

고립

                                     문상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파도를 만나러 간다

허연 불면의 밤마다

그대 선물 같은 축복 같은

파도를 만나러 간다

서귀포 어디쯤

발가벗은 맨살로

밤새 뒤척이는 흰 파도처럼

철저히 고립되고 싶다

사나흘 갇혀

인정에 허기진 짐승처럼

울부짖을 때까지

목이 부르트다 못해

벌겋게 갈라질 때까지

엉금엉금 기어서

마을길을 찾아 내려갈 때까지

기꺼이 파도에 갇혀

그 고립의 빛나는 시간과

당당히 마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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