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 시인

고립
문상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파도를 만나러 간다
허연 불면의 밤마다
그대 선물 같은 축복 같은
파도를 만나러 간다
서귀포 어디쯤
발가벗은 맨살로
밤새 뒤척이는 흰 파도처럼
철저히 고립되고 싶다
사나흘 갇혀
인정에 허기진 짐승처럼
울부짖을 때까지
목이 부르트다 못해
벌겋게 갈라질 때까지
엉금엉금 기어서
마을길을 찾아 내려갈 때까지
기꺼이 파도에 갇혀
그 고립의 빛나는 시간과
당당히 마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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