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산업은 서귀포시의 중요한 기반 산업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오랜 시간 우리 주민들이 겪어온 악취 문제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현실입니다. 특히 여름철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냄새가 주거지까지 번져 민원이 반복되었고, 악취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지역 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문제는 악취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민원이 들어와도 막상 현장에 가면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많아, 행정이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귀포시는 최근 무인악취측정기를 도입해 고정식 1대, 이동식 1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정식 장비는 축산 농가가 밀집한 지역에 설치되어 24시간 내내 악취를 수치화해 기록하며, 기준치를 넘기면 즉시 알림이 전송됩니다. 풍향·풍속 정보까지 함께 수집되어 냄새의 방향과 발생 지점을 추정할 수 있다.
이동식 장비는 민원이 반복되거나 특정 시간대에 냄새가 심하다는 신고가 들어올 경우, 직접 현장에 들고 나가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더욱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이 장비의 수치만으로 바로 행정처분을 내리기는 어렵다. 현행법은 ‘사람이 맡아서 판단하는 관능법’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무인 측정기의 의미를 퇴색시키지는 않는다. 정확한 데이터는 문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근거를 축적하는 첫걸음이다. 민원 대응에서 나아가 예방중심의 정책설계와 과학적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행정의 일방적 조치가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축산 농가도 내 농장이 얼마나 악취를 배출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알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자발적인 저감 노력이 촉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는 행정이 주민과 농가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악취 문제를 해결하려면 책임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해법을 찾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농가의 입장을 이해하며 객관적인 데이터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첫 걸음을 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