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은 똑똑하신가요?
[기고] 당신은 똑똑하신가요?
  • 서귀포방송
  • 승인 2023.10.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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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형, 서귀포시 중앙동주민센터 주무관
임태형
임태형

일선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똑똑한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공무원이 그것도 몰라?”라고 말씀하시는 민원인, 이렇게 당연한 것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하냐는듯한 말투로 민원인과 공직자 동료에게 말하는 직원들, 모두 타인보다 많이 아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61 67 71 73 79 83 89 ?

다음 숫자 배열에서 ‘?’에 들어갈 숫자는 무엇일까? 정답은 ‘97’이다. 위 숫자들은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소수를 61부터 배열한 것이다. 소수의 개념을 아는 사람은 정답을 쉽게 알 수 있었겠지만 소수가 생소한 사람은 쉽게 유추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제를 풀지 못한 사람은 소위 말하는 멍청한 사람일까?

요즘 세상에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하지만 이는 뭔가 이상하다.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못난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자신이 못났다고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그렇다면 스스로 똑똑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을까? 정말 이 사람들은 똑똑한 것일까?

1981년, 미국에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운전 실력에 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설문 결과 놀랍게도 응답자의 88%가 자신의 운전 실력을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 설문은 사람들이 본인의 능력이나 실력을 객관적인 수준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평균 이상 효과”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착각은 운전 실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면서 조금만 잘 풀려도 ‘나 이 분야에 재능 있나?’ ‘나는 역시 똑똑해서 처음 하는 일도 잘해.’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똑똑한 것일까? 물론 객관적인 기준에서 남들과 비교했을 때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을 쌓았거나 아주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이다.” 행정을 전문으로 하는 공무원의 눈에는 답답해 보이는 민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도 그들의 영역에서는 농사 전문가, 영업 전문가, 장사 전문가일 수 있다. 공직 사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사 전문가, 회계 전문가, 인사 전문가 등으로 모두 각자의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가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할까? 정답이 하나는 아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친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분야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당연히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민원인이 이해를 잘 못하더라도 한 번 더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동료 공직자가 기본적인 것을 물어보더라도 ‘이건 나의 기준에서 당연히 아는 것이지, 저 사람은 달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상냥하게 알려주면서 좀 더 따뜻한 공직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알아야한다. 남들도 나만큼 잘났다는 것을. ‘?’에 들어갈 숫자가 97임을 모른다고 바보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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