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 오안일 선생의 ‘옛 제주인의 샘’ 이야기] (2) 발견하려 하라
[백두 오안일 선생의 ‘옛 제주인의 샘’ 이야기] (2) 발견하려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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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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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금 시인

2. 발견하려 하라.

- ‘옛 제주인의 샘’ 제1집 제1장에 수록

삶은, 삶이란, 발견의 연속이다. 발견이라는 것은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을 말한다.

‘미처’라든가 ‘아직’이라는 말 속에는 무한한 발견의 가능성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는 것이다. 일상이나 자연 속에서 존재하고 있지만 채 찾아내지 못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눈앞에 직접 보이는 것이나 존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멀리 있어서 안 보인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생과 사가 한 몸인 것처럼, 유와 무가 한 가지이다. 결국 너와 내가 한 사람이다. 안개속의 희끗희끗 바라다 보이는 너는 나의 자화상이고 나는 너의 자화상이다.

초봄, 하논 무밭에 가보았다. 간밤 드센 서리 탓인지, 무 잎들은 축 처져 무들을 잘 덮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흙위로 쑥쑥 자라나오는 겨울무들, 추위와 매서운 겨울바람을 덮어준 잎의 영혼이 들어가 앉았는가, 무 윗부분은 연두색으로 물들어 탐스럽게 솟아나와 있었다.

붉은 흙속의 무 몇 뿌리 그대로 뽑아 아작, 베어 물었다. 입 안 가득 고이는 그 무즙의 맛, 달고 시원하고 약간 쌉쌀한, 최고의 보약이었다. 그 탓일까, 오랜 시간을 감기 한 번, 기침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따뜻하고 축축한 봄으로 시간이 흐를 때, 그 축 처져있던 무 잎 사이로 이른 새벽에 아아, 작은 발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죽은 듯 엎드려 있던 그 갈색의 메마른 잎 사이로 꼬물고물, 쑥쑥, 아아, 연초록의 꽃대가 솟더니 금방 꽃망울들이 달리고 희고 연자줏빛의 꽃들이 쉴 새 없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잠과 잠 사이로

둥둥,

둥둥

어둠과 밝음

순수의

무밭에

둥둥,

무꽃 핀다

무꽃이 핀다

나는 들고 간 대나무 장죽을 들고 검은 돌담을 내리치기 시작하였다, 흡사 큰 북을 두들기듯이, 깨어나라, 깨어나라. 피어나라, 피어나라.

더 이상 무를 뽑지 않았다, 이미 그 봄바람의 발기에 온통 힘을 다 써버린 무들은 꽃이 무성해질수록 속은 텅텅 비어갔고 뻥뻥 바람이 들어갔고 늦봄 잔뜩 씨앗 깍지가 여물어 갈 즈음에는 다시 연갈색으로 수명을 다해가는 것이었다.

유독 무꽃 사이로 흰 나비 노랑나비들이 수만 마리 태어나 날아다녔다, 아아, 그 수많은 꽃들과 어린 생명들. 그 강렬한 기운 속에서 나는 더 이상 나이를 먹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흥하고 쇠함의 과정은 그저 모든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 흰 눈 내린 듯, 싸하게 가슴 에이는 무꽃의 향기와 애틋함을 홀로 삭이며, 무밭의 기나긴 여정의 발견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백두 선생은 “인류가 발전하려면 보이지 않는 것도 파악하고 발견하려는 노력 가운데 있는 것입니다. 더 어렵고 힘든 곳에서 무엇이 들어 있는지 찾고 탐구하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잘 살게 되는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일신우일신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의 고서,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날마다 새롭다’ 는 뜻으로, 이것은 ‘매일매일 발전된 삶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라‘는 말이다. 일취월장이나 일진월보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날이 새롭게, 매일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라’

‘발견하려 하라, 또 발견하려 하라’

‘눈을 크게 떠라, 귀를 활짝 열어라’

발견하려 하고 탐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게 되고 또 잘 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발견이나 탐구의 최종목표는 잘 살게 되는 것, 성공하는 것,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소수가 발견한 것을 다수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제는 각자가 스스로, 각자의 발견을 찾아내고 활용하여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발견이 다가올 것인가.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부단히 발견하려 하라.

* 옛말 : ᄀᆞ망에 든 베염 지럭시 모른다.(구멍에 들어있는 뱀 길이 모른다.)

문상금
문상금

* 문상금 약력 *

○ 1992년 심상지 <세수를 하며>외 4편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심상시인회, 제주펜클럽, 제주문인협회, 서귀포문인협회 , 한국가곡작사가협회 , 숨비소리 시낭송회 회원

○ 서귀포문학상 수상

○ 시집 ‘겨울나무’ ‘다들 집으로 간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있기 때문이다’ ‘꽃에 미친 여자’ ‘첫사랑’ 펴냄

○ (현) 작가의 산책길 해설사회 회장 

○ (전) 서귀포문인협회 회장, 숨비소리 시낭송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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