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정은 배움의 터전이며 성장과 발전의 기관이다.
- ‘옛 제주인의 샘’ 제1집 제2장에 수록
가정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보금자리이다. 태초의 시발점, 가장 중요한 중심이며 붉은 씨앗 한 톨과도 같은 모든 생명의 움틈이며 출발이다. 사회생활을 습득해나가는 곳이며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가정은 또한 자기 생활의 원천이며 기본이기 때문에 배움의 터전이며 성장과 발전이 맞물려 있는 곳이다. 따라서 가정이 편안해야 곧 자신이 편안하게 된다. 나무가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듯이 가정의 아이들도 좋은 가정환경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배움의 터전을 가꾸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의 세계를 가만히 살펴보노라면 각양각색의 보금자리들을 관찰 할 수가 있다. 저마다 크고 작은 따뜻한 보금자리들을 만들어 멋을 부리고 행복을 누리며 생활하고 있다.
하필이면
방 한 칸 부엌 한 칸
궁색한
살림집 처마 밑에
둥지를 트느냐
제비의 본능과 부지런에
열리는 새벽
아, 잉태란
참으로 눈물 나도록
눈부신 일인가 보다
나는 아침마다
제비집 밑에
깨끗한 신문지를 깐다
짹 짹 짹
고 깜찍한 새끼 제비의 탄생을
목마르게 기대한다
- 제1시집 「겨울나무」에 수록된 ‘제비집’ 전문이다.
처마 어디에선가, 짹 짹 짹짹, 순간 알았다, 둥글고 튼실한 제비집이 있구나, 그 제비집 안에는 갓 부화한 새끼들이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종일 짹짹 부산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높은 처마 속 흰 전등 위에 제비집 하나 그리고 처마 모서리에도 제비집이 하나, 모두 두 군데 있었다. 제비 식구들은 잡아온 벌레들을 꿀꺽 삼키며 맛있게 저녁밥을 먹는지, 사뭇 소란스러웠다. 그 밑에 놓인 종이 상자 안에는 진흙 부스러기와 풀잎 나부랭이들이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제비는 사람으로 치면 나그네다. 이동하는 새다. 장거리를 날아서 이동한다는 것은 엄청 고난이도의 비행이다. 낯선 곳, 참으로 눈물 나도록 눈부신 잉태를 위하여 부화를 위하여, 마치 고행을 하듯이 집짓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지푸라기와 진흙을 이용하여 마치 달 항아리를 빚듯이 정성을 다하여 집을 지었다. 아니, 나그네가 그것도 잠시 부화하고 새끼들을 키울 동안 머물 집인데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은, 그처럼 제비들은 모성애 부성애가 강하였던 것이다.
옆집 할아버지는 지푸라기며 진흙이며 제비 배설물들이 귀찮고 아침저녁 부산함도 싫어서인지 대나무 장대로 제비집을 탁탁 두드려 부셔버리곤 하였다.
아뿔싸, 이를 어째, 어린 나는 발만 동동 구르곤 하였는데, 며칠 후에 또다시 제비들이 짹짹거려서 내다보았더니, 헐린 집 옆으로 또다시 제비집이 꾸려지고 있었다. 생명이란 이처럼 끈질긴 것이다.
오래된 초가집 제비집을 향하여 일자로 기어오르던 구렁이를 본 적도 있었다. 스르르 벽을 타고 올라가더니만, 작은 제비 알이나 새끼를 먹잇감으로 삼는 것이었다. 이럴 때 젊은 제비부부는 치열하게 부딪혀보지만 역부족이었다. 하루 이틀, 깃털 몇 개 흩날리더니만 그나마 바람에 불려 흩어져 `날아갔다.
한낱 제비도 이러할진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가정은 어떠한가. 가정은 자기를 중심으로 배우자와 자녀 그 외로 친척 구성원으로 구성이 된다. 우리가 태 어 나게 된 것도 가정에 의해서 태어난 것이며 가정의 사회문화에서 배우고 살아가고 있으며 성장하고 있다. 가정은 안식처이며 쉼터이며 문제가 해결되는 곳이다.
백두 선생은 “가정은 삶의 기초요 기본이며 원초성입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자신이 존재할 수가 없으며 성장할 수도 없고 발전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가정은 배움의 터전이며 성장과 발전의 기관입니다. 우리는 자기 가정을 일으키고 알뜰하게 만들고 나서 다른 가정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가정에서 인간 기본 생활이 형성됩니다. 가정을 위해 공부하고 가정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가족 모두가 가정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면 가정은 행복한 가정이 됩니다.”
“가족을 많이 두어 집이 온전하도록 하는 것은 현명한 일입니다. 자신의 발전은 가정에 있으며 발전을 가정과 사회에 환원이 될 때 사회는 행복하고 번영이 되는 것입니다.” 라고 강조하셨다.
“가정의 편안은 하늘에서 그저 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서 얻어지는 결과의 산물입니다” 라고도 하셨다. 오늘날 해체되는 가정들이 많은 현실에서 여러 번 읽어봐도 좋을 귀감이 되는 말씀이다.
옛말에 ‘부지런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라고 했다. 부지런하면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하늘도 땅도 막지 못한다.
가정은 배움의 터전이며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생활공동체이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가족 구성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글 문상금 시인]
* 옛말 : 가정이 팬안해사 만서가 팬안ᄒᆞᆫ다.
(가정이 편안해야 만사가 편안한다)

* 문상금 약력 *
○ 1992년 심상지 <세수를 하며>외 4편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심상시인회, 제주펜클럽, 제주문인협회, 서귀포문인협회 , 한국가곡작사가협회 , 숨비소리 시낭송회 회원
○ 서귀포문학상 수상
○ 시집 ‘겨울나무’ ‘다들 집으로 간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있기 때문이다’ ‘꽃에 미친 여자’ ‘첫사랑’ 펴냄
○ (현) 작가의 산책길 해설사회 회장
○ (전) 서귀포문인협회 회장, 숨비소리 시낭송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