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샘이 없는 강이 없다
(6)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샘이 없는 강이 없다
  • 서귀포방송
  • 승인 2022.07.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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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 오안일 선생의 ‘옛 제주인의 샘’ 이야기]

6.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샘이 없는 강이 없다

- ‘옛 제주인의 샘’ 제1집 제2장에 수록

아이는, 자식은 우리들의 대를 이어 나갈 후손이다. 빛나는 조상들의 얼과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 후손이다. 곧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며 등불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들이 없는 가정은 쓸쓸하고 허전하다. 곧 아이들은 기쁨이요 희망이요 등불이기 때문이다.

제주 여인들은 아이를 돈보다 귀히 여기며 살아왔다. 그래서 ‘제주여인은 자식을 가슴에 품는다.’ 라는 옛말이 전해진다. 예로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버리거나 남을 주는 일이 없었다.

만물 중에 최고로 귀한 것이 사람이며 그 중에 또 으뜸인 것이 바로 뿌리인 후손인 것이다.

서귀포 도서관 옆 푸른 잔디마당을 산책하기를 좋아하였다. 오래 묵은 멀구슬나무 두어 그루와 담팔수 나무가 몇 그루 봄여름가을겨울 나를 반겼다. 아아, 지하로 뻗어나가다 큰 거인 같은 바위를 만나기라도 하였는가. 어느 순간 땅 위로 불룩불룩 솟아오른 굵은 힘줄 같은 뿌리들, 그 험하고 투박하고 거칠면서도 또 한편으론 애처로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그 뿌리를 아예 깔고 앉아 몇 편의 시를 쓰곤 하였다.

뿌리.1

흔들릴 수는 있어도

뿌리 채 뽑히지 않기 위해서

매일 밤마다

뿌리 내리는 꿈을 꾼다

멀구슬나무의

원뿌리처럼

담팔수나무의

원뿌리처럼

질기고 깊은

뿌리를 내리기 위해

땅 속에는 온통

굵게 뻗어나가는

큰 함성들

더 단단히 버티기 위하여

매일 밤 뿌리를 내린다

뿌리.2

실뿌리

잔뿌리 원뿌리가

한가득한 들판에는

짧은 생애에도 이토록

끈질긴 뿌리 내리는데

여태 뭘 했나

자꾸만 발밑이

부끄러운 날

쉿,

오늘밤부터

모발(毛髮) 같은

질긴 뿌리 돋을지 몰라

이렇듯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부모나 조상 없는 자식이 없지만, 자식도 차츰 자라서 성장하여 자아가 형성이 되고 사회에 나서면 가까운 자식이 될 수 없기도 한다. 성장을 하고 독립을 하거나 결혼을 하여 또 다른 가정을 이끌게 되면 뚜렷한 주체성을 가지게 되고 부모도 함부로 다룰 수가 없으며 부모 의사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백두 선생은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샘이 없는 강이 없듯이 인간도 그 뿌리와 샘이 굳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은 품에 안을 때 뿐 만이 아니고 영원한 자식으로 조상을 숭배하고 후손을 일깨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식은 어디까지나 자식이어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되어도 조상에게는 항상 자식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잘 안 되면 조상 탓 부모 탓하며 업신여겨서도 안 됩니다.”

“인간의 기본은 본래의 근본을 염두에 두고 사랑과 예를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발전할 수가 없으며 이웃으로부터 외면당하여 성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효는 인간의 기본이요 근본이라 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구십 살 어머니의 눈에는 칠십 살 아들이 아직도 어린애처럼 보인다.’는 말도 흔하지 않던가. 그처럼 뱃속에서 열 달을 품고 또 낳아서도 어머니는 자식을 평생을 가슴에 품는다. 여기서 가슴에 품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늘 함께 하자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식은 품에 안을 때 자식이라지만 혹 멀리 있다하여도 늘 부모와 자식은 끊어낼 수 없는 단단한 연결고리로 묶여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부모와 자식은 굳건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다. 자식을 위해 눈물과 땀과 기도를 올린다. 어디에 있으나,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떠한 위치에 있을지라도 자기를 키워준 정과 은혜를 잊지 말고 잘 지킬 때에 비로소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것이며 효를 다하는 것이며 이웃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웃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면 자연스레 굵고 튼실한 뿌리가 있는 후손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후계자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며 신망이 있는 것이며 신망은 곧 성공의 지름길인 것이다. [글 문상금 시인]

* 옛말 : ᄌᆞ식은 품에 안을 때 ᄌᆞ식이다.

(자식은 품에 안을 때 자식이다)

문상금 시인
문상금 시인

* 문상금 약력 *

○ 1992년 심상지 <세수를 하며>외 4편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심상시인회, 제주펜클럽, 제주문인협회, 서귀포문인협회 , 한국가곡작사가협회 , 숨비소리 시낭송회 회원

○ 서귀포문학상 수상

○ 시집 ‘겨울나무’ ‘다들 집으로 간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있기 때문이다’ ‘꽃에 미친 여자’ ‘첫사랑’ 펴냄

○ (현) 작가의 산책길 해설사회 회장 

○ (전) 서귀포문인협회 회장, 숨비소리 시낭송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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