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상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무고한 도민들을 구해 ‘제주판 쉰들러’로 불리는 경찰영웅 고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이 호국원에 안장됐다.
경찰청은 10일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국립제주호국원을 찾아 고 문형순 서장의 안장식에 참석했다.
문 서장은 평안남도 안주에서 출생했으며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후 1920년대 만주 항일단체에서 활동했고 1935년부터는 지하공작대로 중국 허베이지역에서 암약했으며 1945년에는 임시정부 공식 군조직인 광복군 소속으로 화북지역에서 활약했다.
1949년 제주 4·3사건 대정읍 주민 1백여 명을 살렸고, 1950년 군의 예비검속자 처형 지시에 이행을 끝까지 거부함으로써 278명의 생명을 구한 경찰영웅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1953년 경찰을 퇴직한 이후로는 자녀 없이 쓸쓸한 노년을 보내다가 1966년 제주도립병원에서 사망, 이북5도민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경찰청은 문서장의 독립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생전(1963년) 1차례를 포함 6차례 걸쳐 국가유공자 서훈을 추진했으나 입증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서훈이 보류됐다. 2023년에는 6.25 전쟁 기간에 경찰 재직경력을 바탕으로 국가유공자 서훈을 추진해 비로소 국가유공자 및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인정됐다.
이번 안장식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충호 제주경찰청장, 정영남 경우회장,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 및 도내 주요 기관장, 이북5도민연합회, 4·3희생자유족회, 4·3평화재단 및 4·3사건 당시 문형순 서장의 결단으로 생명을 구한 강순주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경과보고, 조사, 추모사,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조총 및 묵념, 영현 봉송, 하관, 허토 순으로 진행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추도사에서 “문형순 서장님의 국가유공자 서훈과 국립묘지 안장이 이뤄진 것은 영웅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이 시대 우리 경찰의 노력이 보상받은 것 같아 더욱 뜻깊은 마음이다”라며 “14만 경찰이 문형순 서장님과 같이 언제나 국민을 지키는 우리의 사명을 굳건히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전사, 순직경찰관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매년 6월 6일 경찰기념공원에서 유가족, 보훈단체 참석하에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그 밖에도 순직경찰관들을 추모하는 계기를 늘려가는 것은 물론, 유가족 대상 건강검진 지원, 유자녀 대상 장학금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전사, 순직경찰관들을 기리고 그 헌신과 희생에 걸맞은 예우를 다하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