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칼럼] 지식 생산의 기술이 있다?
[의식개혁칼럼] 지식 생산의 기술이 있다?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5.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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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칼럼니스트. 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한근태 칼럼니스트
한근태 칼럼니스트

당신은 혹시 엄청 많이 듣고 읽긴 하지만 그 지식을 그냥 방치하고 있지 않은가? 혹시 정보의 홍수 속을 헤매고 있는 건 아닌가? 독자적인 지식과 아이디어가 경쟁력이다. 남이 하는 이야기, 누구나 아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나름의 방법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재창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내가 그동안 경험한 것을 책으로 쓰면 소설 몇 권은 될 거야.”란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경험하고,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정보를 머릿속에 갖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는 책으로 쓰겠다고 하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현직을 떠난 후에는 그 정보도 빛을 잃는다. 정보에도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소화해서, 처리하고, 재창조하느냐는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지식 생산은 생각을 통한 생산이다. 다시 말해 기존 정보 혹은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정보처리능력을 적용시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지식 생산에는 창조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정보가 흔해진 오늘날,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정보를 갖고 있다. 지식 생산 기술을 갖고 있느냐, 그것을 실행에 옮기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진다. 지식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려는 자세와 생각한 것을 직접 실천해보려는 용기다.

살다 보면 새로운 발견, 아이디어, 번쩍이는 영감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기록해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박사였다. 그의 핵심역량은 메모다. 그는 주머니에 수첩을 넣고 다니면서 무엇이든 적었다. 만난 사람의 특징을 기록하고, 장바구니를 들춰보며 일일이 물건 값도 메모했다.

새로운 생각은 문장으로 적는 것이 좋다. 그럴 여유가 없을 때에는 제목만이라도 기록해두었다 여유 있을 때 그 내용에 살을 붙여 문장을 완성하면 된다. 생각이 정리되면 문장으로 옮겨야 한다. 이때 문장은 짧지만 명확해야 한다.

지식 생산을 위해서는 흡수, 소화, 배설이 필수적이다. 배설하지 않으면 지식의 변비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지 못하고 비평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식 흡수에는 독서가 최고다. 책을 읽은 후에는 독서노트를 작성한다. 저장 창고에 보관한다. 김치에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듯 정보에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입력된 정보는 몸 안에서 나름 숙성의 기간을 가지면서 나만의 지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입력된 정보를 바로 출력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지식 생산에는 정보의 정리, 검토, 출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물건 정리 못지않게 정보의 정리는 중요하다.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는 것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겉으로 보기에 깨끗하고 깔끔해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면 소용이 없다. 반대로 다소 지저분해 보여도 필요한 자료를 척척 찾을 수 있다면 정리가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돈보다 정리가 훨씬 어렵다. 서재와 책상을 정돈하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어도 할 수 있지만 어지럽게 늘어놓은 자료를 정리하는 것은 당사자만이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보관이 중요하다. 잘 보관해야 잘 꺼낼 수 있다. 내 경우에는 폴더를 만들고 정보를 분류해 집어넣는다. 이슈별로 거기에 맞는 정보를 넣는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정보를 꺼내어 정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창고가 늘어나고 폴더도 세분화된다.

지식 생산은 김장을 담그는 것과 같다. 막상 김장을 담그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원재료를 구입하고 다듬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지식 생산도 그렇다. 글을 쓸 때에도 원재료와 자료 준비가 중요하다. 이것이 완벽하면 막상 글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편, 작업장도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주로 집에서 일을 한다. 작업장은 집필과 독서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무실과 개념이 다르고 자료 창고라고 볼 수도 없다. 내 성역이고, 밀실이다. 내 지식 생산은 대부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테마가 결정되면 필요한 자료와 책을 자료 창고에서 찾아 작업장 책상 위에 놓는다. 웬만한 준비는 끝난 셈이다. 남은 것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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