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장님께 드리는 호소문
서귀포시장님께 드리는 호소문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5.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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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 서귀포시 동홍동소재 동호아트리움 102동 703호 예비입주자
내가 이러려고 4억이나 하는 집을 분양받은 걸까?

안녕하십니까? 서귀포시장님.

저는 서귀포시 동홍동소재 동호아트리움 102동 703호 예비입주자 조은지라고 합니다.

3월 30일, 사전점검날은 가끔 꿈에서도 나오는 악몽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결혼 8년만에 작은평수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이사 간다는 꿈에 들떠 입주예정일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가본 새 아파트는 누가 몇 년 살다가 이사나간 중고 아파트 못지않게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곳곳에 공사를 하고 있고, 보도블록은 아이들이 걷다가 걸려서 넘어질 정도로 대충 시공되어 있었으며 우리 동 앞에는 너무나 위험한 큰 웅덩이까지... 그걸 보는 순간 ‘여기 우리 아이가 놀다가 추락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뿐이었습니다.

집으로 올라가니 입구부터 엉망이지요.. 흔들면 부러질 것 같은 계단난간, 닫아도 바람이 술술 새는 현관, 울퉁불퉁한 벽, 수평이 맞지 않은 창문과 세게 닫으면 흔들리는 거실 창틀, 유격이 심한 방문까지... 눈에 보고도 믿기지 않은 하자 투성이 집에서 남편과 저는 이틀 동안 사전점검표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더 적지 못하고 실망만 안고 나와야 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4억이나 하는 집을 분양을 받은 걸까, 이러려고 분양받고 공사가 진행되는 몇 년을 좁은 집에서 이사도 못가고 기대하며 기다렸던 걸까,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 병이 난다며 어쩌겠냐, 보수하고 들어가서 살아라는 친정식구들의 위로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눈에 보이는 하자들은 애교였더군요. 1차 사전점검때 보지 못했던 실외기가 얼마 후 실외기실에 설치되어 있는데 공간이 너무 좁아 갤러리창조차 열고 닫을 수 없는 상황에 보일러와 함께 있는데 뜨거운 바람의 토출구는 너무 좁아 꼭 불이 날것 같은 위험하게 설치된 실외기실을 보고, 39만원을 따로 들여 한 업체점검에서 싱크대상판, 욕실 젠다이에서 라돈검출이 된 것을 확인한 후, 이집에 들어가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들어가 행복하게 살아야할 집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공포의 공간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날부터 스트레스가 너무 쌓였는지 잠도 못자고 결국 아파 열흘 동안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입원하는 동안 제가 스트레스받아 아픈 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집에서 그냥 살다가 실외기실에 불이라도 나면 스프링쿨러도 없는 7층에서 아이들을 구할 방법이 있을까? 라돈이 검출된 싱크대 상판에서 요리하면 라돈이 그대로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밖에서 놀다가 호기심에 펜스를 넘어 그 큰 웅덩이에 추락하면 어쩌지? 104동 커뮤니티센터 옆의 벽면은 그냥 큰 바위들을 엉성하게 얹어놨습니다. 아이들이 보면 꼭 바위 꼭대기를 올라가고 싶을 정도로 엉성합니다. 정말 호기심에 그곳을 갔다가 엉성한 바위가 굴러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이런 생각 모두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른들 보다 부주의한 아이들은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당연히 어른보다 떨어집니다. 우리 아이들은 호기심 또한 많습니다. 이 아파트는 곳곳이 아이들에게는 아주 위협적인 곳입니다. 그렇다고 초등학생이 아이를 일일이 품에 가두어 지낼 수는 없지요. 집 안이라고 위험이 없을까요? 라돈, 스프링클러도 없는 7층이 안전할 리가 없지요.. 이런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집을 4억이나 주고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런 위험천만한 곳에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을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게 더 문제입니다. 비가오던 지난 금요일부터 아파트 전동 공용계단에 물이 줄줄 새는 광경을 목격하고 난 이후 저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한 두 곳도 아닌 거의 같은 패턴으로 누수가 되는 아파트를 보고 저는 삼풍백화점을 떠올렸습니다. 누수가 되면 철근이 분면 삭을 것이고 그러다 삼풍백화점처럼 풀썩 주저앉아 무너져버리는 아파트가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제가 지나친 상상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른 건물들도 다 그 정도의 누수는 있고 보수하면 아무문제 없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런 생각을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위험한 집에 아이들을 살게 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밖에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이런 누수상황을 보고도 자기가 살집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공사측이나 시청 담당자, 시장님께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가족이, 당신의 친구가 당신의 자녀들이 그 집에 들어가 살겠다고 하면 “잘한 일이다. 들어가 살아라”라고 흔쾌히 말해줄 수 있겠느냐고요.

이런 불안함을 해결해 주십시오.

시공사는 계속 별거 아니다. 괜찮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라는 답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의 대화를 진실되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 시청에서 중재자의 역할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100세대의 가족이 합치면 300명이상의 서귀포시민의 안전이 걸린 문제입니다.

서귀포시 시정방침은 “시민중심의 소통과 혁신, 시민이 행복한 사람중심의 도시환경”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추진전략 중에 첫 번째가 “화합과 상생을 위한 현장중심의 소통강화”라고 되어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시청은 이런 시정방침과 전략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시민중심의 소통을 부탁드립니다. 관례상 이렇다,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런 건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라고만 하지 마시고 시민중심의 혁신행정을 원합니다. 법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습니다. 법도 분명히 맹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도 법적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모르는 체 하는 것은 혁신행정이 아닙니다. 관례상 그렇다고 하면서 모르는 체 하면 시정방침과 추진전략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는 서귀포시 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서귀포시 열린시장실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서귀포시를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서귀포시민 300여명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생계를 포기하고 나의 살집의 안전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서귀포시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관례행정이 아닌 혁신행정, 소통행정으로 최소한의 권리인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역할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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