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 서귀포방송
  • 승인 2019.04.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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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12일 더블유스테이지에서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을 열었다.

수상소감에서 김병심 수상자는 한경면 금악리를 한림면 금악리로 의도적으로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눈 살 때의 일

김병심

사월 볕 간잔지런한 색달리 천서동. 중문리 섯단마을로 도시락 싸고 오솔길 걷기. 늦여름 삼경에 내리던 동광 삼밧구석의 비거스렁이. 세 살 때 이른 아침 덜 깬 잠에 보았던 안덕면 상천리 비지남흘 뒤뜰의 애기 동백꽃, 동경에서 공부하고 온 옆집 오빠가 들려준 데미안이 씽클레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는 남원면 한남리 빌레가름. 갓 따낸 첫물 든 옥수수의 냄새를 맡았던 신흥리의 물도왓. 친정집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는 아가의 나비잠, 던덕모루. 예쁜 누이에게 서툴게 고백하던 아홉밧 웃뜨르 삼촌.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살았을 것 같은 가시리 새가름의 설원. 어머니가 끓여주던 된장국을 이방인인 그이가 끓여주던 한경면 조수리 근처. 매화차의 아리다는 맛을 사내의 순정이라고 가르쳐준 한경면 금악리 웃동네. 옛집에서 바라보던 남쪽 보리밭의 눈 내리는 돌담을 가졌던 성산면 고성리의 줴영밧. 명월리 빌레못으로 들어가는 순례자의 땀범벅이 된 큰아들. 해산하고 몸조리도 못 하고 물질하러 간 아내를 묻은 화북리 곤을동. 친어머니를 가슴에 묻은 아버지마저 내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애월읍 봉성, 어도리. 이른 아침 골목길의 소테우리가 어러렁~ 메아리만 남긴 애월면 어음리 동돌궤기. 지슬 껍데기 먹고 보리 볶아 먹던 누이가 탈 나서 돌담 하나 못 넘던 애월면 소길리 원동. 고성리 웃가름에 있던 외가의 초가집에서 먹던 감자. 동광 무등이왓 큰 넓궤 가까이 부지갱이꽃으로 소똥 말똥 헤집으며 밥 짓던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던 그곳에서 태어나 삼촌들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던 소설가. 초여름 당신과 손잡고 바라보던 가파도와 마라도, 알뜨르까지의 밤배. 지금까지폭삭 속아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제주 삼촌들과 조케들, 잃어버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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