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간의 존엄 그리고 친절
[기고] 인간의 존엄 그리고 친절
  • 서귀포방송
  • 승인 2023.09.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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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주, 서귀포시 대륜동
오병주
오병주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싶을 때 칸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켄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본다. 이 영화는 영국 복지 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약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복지 제도가 오히려 소외계층의 고통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현실적인 메시지로 전달한다.

‘복지 제도’는 마땅히 ‘복지’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지만 현실은 ‘제도’에 포커스가 맞춰진 나머지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효율성이라는 명목하에 인간을 하나의 숫자이자 데이터로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거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영화는 끝난다.

주민센터에 복지 담당 공무원을 찾아오시는 분 중 상당수는 뭔가 도움을 바라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얘기하고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하기 어렵다. 나도 영화에 나오는 담당자들처럼 민원인에 대한 존중없이 그저 하나의 ‘데이터’로만 보고 있진 않은지 반성해 본다. 효율성이라는 핑계로 친절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라는 유엔 세계인권선언처럼 부자든 가난하든 그 사람이 가지는 가치의 무게는 동등하다.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존재 가치가 있으며,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

사회복지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지 효율성이나 규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 나의 작은 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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