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헤르메스
[기고] 헤르메스
  • 서귀포방송
  • 승인 2023.08.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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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완,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근무
고지완,
고지완

현대사회는 서비스가 당연시되는 사회다. “내 돈 내서 당신의 음식을 먹고 당신의 생계에 보탬을 주는데, 내가 고작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아야겠어?”, “여기는 서비스가 엉망이네 다시는 안와야지” 이 소리를 들은 직원은 어쩔 줄 몰라하고, 말은 어버버되기 시작한다.

그 후 들려오는 소리, “여기 책임자 누구야! 사장 나오라 그래!” 직원은 절망에 빠진다.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한 음식점은 고요해지고, 손님의 격앙된 목소리와 죄송하지만 왜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장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진다.

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음식점에서 정말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했을까? 단정지을 수 없다. 왜냐하면 부족하다는 표현은 너무나도 주관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상, 어쩔 줄 몰라했던 직원은 ‘자기 자신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쩔 줄 몰라했을 것이다.

다만 그 직원의 “최선”은 “현대사회”에서 바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점을 보면 요즘 사람들은 ‘반대급부’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내가 이 정도의 돈을 지불했으니, 나는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아야 해’ 또는 ‘내가 이 정도의 세금을 냈으니, 나는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아야 해’ 등 현대사회에서 바라는 서비스는 당연시되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누가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입장 차이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위와 같은 현상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공기업·공기관은 물론, 거의 모든 사업체는 직원에게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년 전, 필자가 공직에 들어왔을 때 아주 인상깊게 느꼈던 것이 있다. 바로 공무원 친절 관련 시책들이었다. ‘친절소통방 운영’, ‘0월 친절지기 선정 알림’, ‘000주무관 친절 기고문 공유’ 등 공직사회도 민원인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요새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인 ‘킹더랜드’를 즐겨 보고 있다. 드라마 속 ‘킹호텔’에서는 호텔리어에게 “헤르메스“라 외치며 미소 연습을 하라고 강조한다. 미소는 전세계 공통이고,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긍정적 감정 표현이다. 나는 여기서 정답을 찾았다.

공직자인 내가 먼저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로 응대하다 보면, 돌아오는 답변도 더 밝은 답변으로 바뀔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공직자는 민원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적어도 기분상해 돌아가는 민원인이 없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내가 이 정도의 세금밖에 안냈는데,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헤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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