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에서 배우는 공직자의 자세
선대에서 배우는 공직자의 자세
  • 서귀포방송
  • 승인 2022.04.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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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경사, 제주해안경비단 1경비대 1제대
이재욱 경사
이재욱 경사

제주시 아라1동에 위치한 ‘이약동목사선정비’는 조선 성종 때 제주목사로 부임해 재직 중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근절시키고, 선정을 베풀어 칭송을 받고 청렴한 관리로서 모범을 보였던 이약동목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건립된 것이다.

일화로 이약동목사는 제주목사 임기 후 제주에서 쓰던 모든 관물을 제주 관아에 두고 단지 말채찍 하나만을 들고 도성에 돌아가기 위해 나루터까지 갔다. 그런데 문득 손에 든 말채찍조차 제주 관아 물건임을 깨달은 이약동 목사는 다시 제주 관아로 돌아가 그 채찍을 관덕정에 걸어 놓고 도성에 복귀했다. 구전에 따르면 제주에서 한점 부끄러움 없는 공직생활을 한 이약동목사를 기리기 위해 제주 백성들은 오랜 세월동안 그 채찍을 보관했으며 채찍이 썩어 없어지게 되자 바위에 그 채찍 모양을 새겨두고 그 바위를 ‘괘편암’이라 부르며 오랫동안 이약동목사를 칭송했다고 한다.

청렴은 예로부터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의무로 여겨져 왔으며, 지금 시대에 와서도 다르지 않다. 특히 경찰관에게 요구하는 청렴도는 어느 공직보다도 빈틈이 없을 정도로 냉정하다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소신있고 공정한 수사를 하고 부정한 청탁에 흔들리지 않고 책임감있는 업무수행을 하는 명예로운 경찰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 스스로도 자부한다.

하지만 경찰 내부 인식에 비해 일반 도민들 더 나아가 국민들이 느끼는 경찰의 청렴도는 상당히 낮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경찰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스스로의 청렴·반부패에 대해 내면의 양심과 규범을 통해 노력하지만 외부와의 접촉과 소통에 적극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도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라 판단된다.

그렇다면 도민들로부터 경찰의 청렴·반부패 의지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경찰에 대한 신뢰를 도민들로부터 되찾아야 한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하여 바깥 활동이 줄고, 이른바 집에만 있는 '집콕'이 늘어나면서 위기에 닥쳐도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고립도’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도민들은 안전과 치안에 불안해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불신에 더하여 경찰의 청렴·반부패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경찰 스스로 도민의 안전과 치안 유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도민이 직접 순찰을 희망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면 경찰이 그 지역과 시간을 참고해 순찰을 하는 탄력순찰과 주민접촉이 용이하여 대민관계의 기회를 높일 수 있는 도보순찰 등을 통해 도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선제적인 순찰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청렴 컨텐츠를 생성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한 청렴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도민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 도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청렴 컨텐츠를 제작해 도민 신뢰도를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는 백성들에게 암울한 시기였다. 관리들은 가렴주구와 수탈을 서슴지 않았으며 온갖 악행으로 인해 백성들에게서 관리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적 상황속에서도 백성들에게 신뢰와 칭송을 받았고 청백리로 받들어진 이약동 목사의 일화는 제주경찰 또한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렴을 자랑스러워하고 후대에 가르치려 했던 이약동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빈무물득지분 (家貧無物得支分) 내살림 가난하여 나눠 전할 것이 없고

유유단표노와분 (惟有簞瓢老瓦盆) 오직 있는 것은 쪽박과 낡은 질그릇 뿐

주옥만◎수수산 (珠玉滿◎隨手散) 황금이 가득한들 쓰기에 따라 욕이 되거늘

(주옥이 상자에 가득해도 곧 없어질 수 있으니)

부여청백부아손 (不如淸白付兒孫) 차라리 청백으로 너희에게 전함만 못하랴.

(후손에게 청백하기를당부하는 것만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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