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지사 정치 행에 줄줄 새는 세금
[기고]도지사 정치 행에 줄줄 새는 세금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3.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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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규 제주예산감시모임 곱진돈 대표
출장목적도 불분명한 여비 사용 무엇이 문제인가?
노민규 대표

제주도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여 2020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도지사 여비 지급 내역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개인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여비를 사용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내역이 발견되었다. 공무원 여비규정 제1조에는 ‘국가공무원이 공무(公務)로 여행을 하는 경우에 지급하는 여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무의 원활한 수행과 국가예산의 적정한 지출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공무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거나 출장 내용이 불분명해 보이는 건수는 총 8건, 약 2,311,800원 가량 여비로 지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먼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은 조선일보 행사 건이다. 확인해보니 11월 5일 조선일보 100년 행사가 진행되었고, 원희룡 지사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조선일보 잔디마당에서 타임캡슐 봉인식이 진행되었고,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조선일보 100년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공적 업무 수행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MBN 시사스페셜 출연 등 출장 건이다. 확인해보니 프로그램은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이었고, 방송일은 2020년 10월 11일(일요일)이었다.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대선 출마를 하실거죠?” 라고 묻자, 원희룡 지사는 “네, 준비를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조만간 국민들 앞에 당당하게 (대선 출마 계획) 밝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또 있다.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대선 출마 계획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것은 공적 업무 수행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비까지 지급되고 있다면 너무 무리한 해석인 것일까? 평일 근무시간에 출장을 가서 대선을 운운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이런 출장에 여비가 지급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 아닐까? 그리고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규정은 도대체 왜 있는 것일까? 무시하면 그만 아닌가?

이 외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토론회, 코로나대책 신년토론회(JTBC), 기본소득 토론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참석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과연 공적 업무 수행에 해당하는지 고려한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공적 업무 수행과 사적 업무 수행은 그 경계가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위의 사안들은 사안의 성격상 제주와 관련이 있다기보다 국가적 사안에 가깝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를 위한 공적 업무보다는 국가적 사안에 대한 개인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정치인으로서 국가적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행정 수장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일 근무시간에 타지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이렇게 정치적 행위를 수행하는데 여비가 지급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개인의 목소리를 내러 가는 거라면 휴가를 내고 사비를 들여 참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베이비뉴스TV 부모교육 콘서트 참석, AI교육혁명 토론회 참석 등의 사안 역시 공적 업무 수행(제주 현안과 관련있는 것)이라기보다 사적 업무 수행(정치인 개인 원희룡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1월 10일 진행된 ‘AI혁명과 미래교육’ 토론회에는 김상협 제주연구원장과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 센터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문제는 더 있다. 국회관계자 업무협조(200921-200922), 국회 및 정당관계자 업무협조(200924-200925), 녹색 성장위 행사(201123-201124), 가짜뉴스 배격을 위한 업무협약 참석(201208-201208), 국회관계자 업무협조(210120-210121) 등으로 기재된 출장내역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 외에 제주도에서 공개한 증빙서류 등을 확인해보면 여비지급명세서, 출장신청서, 항공권 증빙서류, 숙박비 영수증밖에 없다. 출장 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출장목적 단 한 줄이 전부다. 누구를 만나 어떤 업무협조가 이루어졌는지, 누구와 함께 어떤 행사에 참석했는지, 국회관계자는 누구인지, 정당관계자는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참석했는지,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어떤 회의록이 남았는지 등 공적 업무 수행임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서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출장제목만 봐서는 공적 업무 수행인지 사적 업무 수행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좀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여비지급 역시 국민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데 사용했다면 당연히 사용 내역 역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선일보 행사 참석, MBN 시사스페셜 출연, 기본소득 토론회, 베이비뉴스TV 부모교육 콘서트 등.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출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국회관계자 업무협조 이런 문구는 굉장히 애매모호하다. 국민세금이 오고가는데 이렇게 애매모호한 출장목적 기재가 또 있을까? 제주도지사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세금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그 돈은 원희룡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땅투기나 땅투기 규모 등도 문제지만 소수의 인원이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주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법에 명시된 여비 규정이 있고, 지급 기준이 있다. 그러나 꼭 법규나 조례를 위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해오던 관행이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으니까 문제될 게 뭐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관행도 때론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관행보다 더 위험한 것은 소수가 정보를 독점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금액으로 보이더라도 소수가 정보를 독점할 때 위험은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세력이 없을 때 권력은 그 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제왕적 도지사라 얘기하는 것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제주도는 출장내역 등과 관련하여 정보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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