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고독성농약 아바멕틴 사용 확대
산림청, 고독성농약 아바멕틴 사용 확대
  • 장수익 기자
  • 승인 2021.02.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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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방제약
2021년 산림청 약종선정 자문회의 자료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산림청이 고독성농약인 아바멕틴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산림청이 ‘고독성 농약 논란’을 빚는 소나무재선충 예방 농약(나무주사제) 사용을 ‘식용 잣나무’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시사저널e 보도와 관련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산림청은 농촌진흥청(농진청) 등 관련 기관과 협의 하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농진청 기준으로도 식용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산림청은 지난해 11월 30일 산림청 직원들과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진흥원 등 유관기관, 지방자치단체, 농약업계 관계자, 교수 등 내외부 자문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1년 산림병해충 방제용 약종선정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날 자문회의 결과를 토대로 산림청은 소나무와 잣나무 재선충 예방을 위해 나무주사 약제를 추가 선정하는 한편, 일부 잣나무 재선충 예방 약제를 ‘비식용’에서 ‘식용’으로 확대하는 안을 결정했다.

◆산림청 측 “재선충 예방 3종, 타 기관이 식용 사용 가능하다고 해”

하지만 당시 선정된 일부 약제는 WHO(세계보건기구) 등 국제적으로 고독성으로 분류하는 아바멕틴 원제가 함유돼 있다. 당시 자문회의 결과에 따르면, 식용 잣나무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약제는 모두 3종이다. 그동안 잣나무 재선충 예방을 위해 ‘비식용’에 한해 사용해오던 아바멕틴 분산성액제 1.8%와 신규 추가한 아바멕틴·아세타미프리드 미탁제 8.6%, 아세타미프리·에바멕틴벤조에이드 분산성액제 10% 등이다.

아바멕틴 분산성액제 1.8%는 아바멕틴 원제가 1.8% 함유돼 있다는 의미다. 또 아바멕틴·아세타미프리드 미탁제 8.6%는 아바멕틴이 1.6%, 아세타미프리드가 7% 함유된 합제다.

WHO는 아바멕틴 성분을 ‘LD50(동물 50%를 치사시키는 농도)’가 8.7mg/kg으로 ‘고독성’(highly hazardous)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아바멕틴 성분을 ‘보통독성’으로 지정해 등록 농약을 재선충병 뿐만 아니라 일부 과채류 방제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림청은 당시 자문회의 결과에 대해 농진청과 농과원 등 유관기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 자문위원들의 검토 후 해당 약제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결정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자문회의를 주관한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관계자도 “농진청에서 식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식용 가능) 안건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농약관리법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농약을 국내에서 제조 판매할 경우 품목별로 농촌진흥청장에게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특히 강화된 PLS(농산물의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에 따라 사용방법과 용량, 안전사용기준 등을 제시한 기준에 따라 방제를 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 관련 약제 역시 농약관리법에 따라 농약 등록된 제품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농진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옛 농약정보365)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등록된 농약 정보를 농약 사용자가 손쉽게 조회가능하도록 한 사이트다. 현재 농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산림청이 ‘식용 잣나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정한 아바멕틴 분산성액제 등 3개 약종은 농약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정작 ‘비식용’으로 사용 제한해야 한다는 점도 나타난다.

◆‘식용 잣나무 사용 선정’ 재선충 나무주사제 3종, ‘안전사용기준’ 없어

기자가 농진청 농약정보시스템에서 잣나무에 사용하도록 등록된 아바멕틴 분산성액제 1.8%을 검색해 본 결과, 해당 약제의 ‘사용 방법’과 ‘사용량’에 대한 정보는 있었다. 농진청은 해당 약제를 잣나무에 사용할 경우 ‘2월 원액 나무주사’하고 ‘흉고 직경 cm 당 원액 1ml’를 사용하도록 제시했다.

반면 ‘안전사용기준’ 항목에 대한 별도 설명은 없었다. 통상 농약정보시스템에서는 잔류농약 유해성 우려로 수확 시기를 고려해 방제하도록 ‘시기정보’와 농약의 사용 횟수를 명시한 ‘횟수정보’를 남겨 둔다. 하지만 아바멕틴 분산성액제 1.8%의 경우 안전사용기준에 대한 설명이 일체 없이 공란 처리돼 있거나 ‘불필요’로 돼 있다.

이는 산림청이 아바멕틴 분산성액제1.8% 외에 식용 잣나무에 사용하도록 신규 선정한 재선충 나무주사제인 아바멕틴·아세타미프리드 미탁제 8.6%와 아세타미프리드·에마멕틴벤조에이트 분산성액제 10%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농약 등록 업무를 맡고 있는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관계자는 “(방제 시기와 횟수 등) 안전사용기준이 있다는 것은 (그 기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잔류허용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안전사용기준이 없다면 비식용으로 등록을 한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아바멕틴 분산성액제에 (안전사용기준이) 없으면 식용으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11월 말 산림청이 ‘식용 잣나무’에 사용하도록 아바멕틴 분산성액제 1.8% 등 나무주사 약제 3종을 선정했지만, 농진청 농약 등록이 비식용으로 돼 있는 만큼, 식용 작물에 사용할 수는 없는 셈이 된다.

◆배·오이 등 과채류, 아바멕틴 농약 사용시 안전사용기준 있어···희석배수 3천배 적용해 사용

현재 국내에서 보통독성으로 분류된 아바멕틴 함유 농약을 소나무와 잣나무 외에도 배와 오이 등 일부 과채류에도 사용한다. 하지만 안전사용기준을 통해 ‘수확 OO일 전까지’ 등 방제 시기나 ‘O회 이내’ 등 사용 횟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안전사용기준이 없는 경우는 잣나무와 소나무, 곰솔 등이나 장식용 꽃인 거베라 정도다. 특히 일부 과채류에 사용할 경우, 잣나무나 소나무와 달리 희석배수를 3000배 가량 잡고 사용해야 한다.

산림청이 식용 잣나무로 아바멕틴 함유 나무주사 약제 등을 선정하면도 안전성 검사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지난해 11월 30일자 43쪽 분량의 자문회의 자료에서 산림청은 잣나무 나무주사 합체 추가 선정과 관련한 검토 의견에서 “잔류시험 결과 성분 모두 허용 기준치 이하”라고만 짧게 밝혔다. 그외 구체적인 아바멕틴 잔류량 시험성적서나 검출량, 시험방법, 시험기관 등은 자문회의 자료 안에서 찾을 수 없었다.

또 자문회의 자료에 첨부된 국립산림과학원의 직권등록시험 결과에서도 식용 잣나무 사용을 결정한 나무주사 약제 3종에 대한 독성 검사 결과는 없었다.

다만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종호 산림청장은 “아바멕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0.05mg/kg)에 따라 작물잔류성 시험성적서를 검토해 허용 약제로 선정했다”면서 “(약종선정 당시) 잔류시험성적서 결과는 0.01미만이었고 농업과학원(농과원)과 두차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첫 보도 일주일 만에 산림청장 “아바멕틴 0.01 미만 나와 선정”···자문회의 자료서는 세부 내용 언급 없어

하지만 산림청을 비롯해 본지가 인터뷰한 자문회의 관계자들이 기억하는 당시 상황은 다소 엇갈린다. 산림청 약종선정 자문회의 관계자는 “잔류기준 실험을 했다는 말을 농업과학원 소속 자문위원으로부터 들은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산림청 관계자는 “농과원의 (잔류량) 시험성적서에 따라서 (약종 선정을) 하지 산림청 자체적으로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자문회의에 참석한 농과원 연구관은 “(잣에 대한 검사는) 산림청에서 분석을 했다고 하더라. (산림청) 거기에 물어봐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림청이 최근 들어 잣나무 임지를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 확산세가 증가하고 관련 예산이 줄자, 독성은 강하지만 비교적 단가가 싸고 방제 효과가 큰 아바멕틴 함유 약제를 식용 잣나무로 사용 확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약종선정 자문회의 자료에도 잣나무 합제 추가 선정 사유에 대해 “잣나무 임지는 소나무림에 비해 매개충의 활동범위가 넓고 발현 속도가 늦어 방제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최근 강원(춘천), 경기를 중심으로 확산·증가 추세에 있는 잣나무 임지의 재선충병 확산 저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혔다.

산림청이 잣의 아바멕틴 잔류 농약 검사 세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약제들이 직접적으로 잣에 유해성을 미친다고 미리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 먹거리와 관련한 중대한 안전 문제를 합리적으로 심사숙고해 다뤄야 할 국가기관들이 성급한 일처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서도 “청산가리 희석한다고 막 쓰면 되나"···약종선정 결과 재검토 필요 지적

특히 국회와 시민단체 등도 산림청과 농진청 등의 고독성 논란 재선충 약제의 추가 선정과 식용 잣나무 사용 확대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선정 결과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WHO에서 고독성 농약으로 분류하고 있는 아바멕틴 약제를 재선충 예방약으로 추가 선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방제 사용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종호 산림청장은 “아바멕틴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독성으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준이 (보통독성으로) 낮아 농약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약제”라면서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고 재선충은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어 약제 선정을 했는데 앞으로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홍문표 의원(국민의힘)은 잣나무와 소나무 등에 대한 아바멕틴 약제 사용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과일류에서도 사용한 점을 문제삼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홍 의원은 “WHO와 미국 등에서 아바멕틴을 청산가리에 버금가는 고독성으로 분류를 해서 2, 3단계 절차를 밟아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보통독성으로 취급을 하고 있다“면서 “물에 희석하면 쓰면 된다고 하는데 그럼 청산가리에 물을 희석해서 쓰면 되느냐”고 따졌다.

홍 의원의 지적에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아바멕틴 원제를 유제나 분제로 제조를 해서 쓰고 1.8% 희석해서 보통독성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해외 사례 등은) 확인을 더 해서 별도로 보고 드리겠다”고 답했다.

앞서 시민단체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도 성명을 내고 “산림청이 국제적으로 고독성 농약류로 분류되는 아바멕틴 사용을 비식용에서 식용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과 식품안전을 무시한 결정”이라면서 “기존 농약류 수입·유통업체들의 특혜성 사업을 확대하는 것과 다름 없어 회의 결과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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