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목장의 생태환경 보전 정책 워크숍 열려
마을공동목장의 생태환경 보전 정책 워크숍 열려
  • 장수익 기자
  • 승인 2020.12.16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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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
지난 수십 년간 관광개발사업 등으로 30개의 마을공동목장 사라져
공동목장의 환경성 유지 위한 보전정책과 생태적 활용방안 필요
하원마을공동목장 전경
하원마을공동목장 전경

지난 11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주최로 단체교육실에서 ‘제주도 중산간 보전을 위한 마을공동목장의 생태환경 보전정책 워크숍’이 열렸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사업 중 하나로 마을공동목장 자연환경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도내 51개 마을공동목장 중 10곳(도순,하원,삼달,신례,상가,상명,회천,하도,상덕천,평대리 마을공동목장)을 정하여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날은 생태 조사결과에 대한 발표와 함께 마을공동목장의 보전을 위한 정책과제 및 생태적 활용방안에 관한 내용도 발표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마을공동목장의 자연환경과 관리실태 그리고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이하 양수남 국장)이 맡았다. 지정토론자는 강영식 생태문화체험골 촌장(하원마을공동목장 조합원),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대표, 김태수 한라생태체험학교 대표,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안경아 제주연구원 연구원이 나왔다.

양수남 국장은 발표에서 세계의 초원지대는 기후적인 특성으로 생성된 데 비해 제주의 초원지대는 방목과 화입 등 목축활동과 중산간 지대의 지질적 특성 때문에 생성됐다면서 제주 초원지대의 독특성을 이야기했다. 즉, 제주의 초원은 자연적으로 놔두면 숲으로 자연천이 되지만 방목과 화입 등의 인위적인 개입 때문에 초원지대로 남아있는 2차 초지대이다.

또한 중산간지역의 경우 대규모의 용암류가 흐른 곳이 많아 넓은 용암 평원이 만들어졌고 지반이 바위지대라서 농사를 짓기 어려워 주로 목축의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더더욱 초원지대가 유지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제주도의 초지 면적은 전국초지 면적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 초지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마을공동목장이다. 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의 2차 초지대를 유지해온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공동목장은 초원지대만 있는 게 아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조사한 결과, 오름을 포함한 마을공동목장이 10곳이고, 곶자왈을 포함한 마을공동목장도 9곳이었다.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제주어인 벵듸에도 마을공동목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수산 벵듸(수산평)에는 3곳, 녹산장 벵듸에는 2곳, 어림비 벵듸에는 5곳의 마을공동목장이 있었다.

마을공동목장에는 자연 습지도 많이 있다. 마소에게는 풀과 함께 물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중 상덕천마을공동목장의 경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순채가 자라는 습지 등 생태상이 풍부한 습지가 많았다. 삼달리 마을공동목장도 순채가 자라는 습지가 있고 넓은 면적에 습지가 분포하고 있었다.

중산간 지대의 특성상 마을공동목장에 분포하고 있는 동굴들도 있다. 상덕천마을공동목장에는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동굴의 하나인 웃산전굴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최대 길이의 동굴인 빌레못굴은 마을공동목장이 여럿 있는 어림비 벵듸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은 제주의 초원지대를 지키는 핵심축이며 오름, 곶자왈, 습지, 동굴, 하천을 포함한, 자연 생태적으로도 우수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생물상 조사결과를 봐도 그렇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도내 51개 마을공동목장 중 조사 대상으로 정한 10개의 목장에서 총 476종의 식물과 133종의 곤충을 확인했다. 도순공동목장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를 확인했고 하원 공동목장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두점박이사슴벌레를 확인했다.

하원 공동목장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인 비바리뱀을 확인했다. 주로 중산간 지대 이상의 목장지대나 초원지대에서 발견되는 비바리뱀은 공동목장이 개발되거나 숲으로 변화되면서 멸종위기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마을공동목장이 매각되고 개발되면서 초원지대에 사는 고유한 생물종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제주도가 가진 중요한 자산인 생태적 다양성의 큰 손실이기도 하다.

지난 수 십 년간 마을공동목장은 난개발의 주 대상지였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마을 공동조합 수는 123개로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 51개로서 58.5%의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졌다. 그 중에서도 대형개발사업 등으로 사라진 마을공동목장은 총 30개이다.

양수남 국장은 먼저 마을공동목장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자연환경 실태 전수 조사를 통한 보전정책 수립, 국공유지 소유의 공동목장에 대한 개발사업 제한, 마을공동목장의 초지에 대한 공익형 직불제의 도입, 마을공동목장의 초지에 대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제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목축문화유산인 마을공동목장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책도 제시했다. 토지비축제를 활용한 마을공동목장의 단계적 매입, 제주자산신탁공사를 활용한 마을공동목장의 수익 지원,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국공유지 임차료 인하, 마을공동목장조합의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지원 등을 제시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여한 김태일 교수는 마을공동목장의 특성과 가치에 따른 유형별 분류를 제시했다. 이를테면 공동목장을 3~4가지의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에 따라 자연환경 보전을 중심으로 둬야 할 유형, 체험 목장으로 활용할 유형 등으로 분류해 유형별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목장사 등 인문요소도 포함해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제주연구원의 안경아 연구원은 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만의 풍경을 담고 있는 제주다움의 핵심요소이고 최근 관심이 많은 ‘동물복지’요소를 갖고 있다며 올해부터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자연생태환경 보전 및 증진에 기여한 토지소유자 등에 대하여 정부가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지하수 함양, 탄소 흡수, 야생동물 서식지 제공, 체험교육, 경관 등 마을공동목장의 여러 기능을 측정해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의 가치척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지에 대한 경관보전직불금 액수가 너무 낮아 실효성이 없는 데 비해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비교적 금액이 높아 마을공동목장을 지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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