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 칼럼] 축복 받은 과일, 포도
[인류문명사 칼럼] 축복 받은 과일, 포도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11.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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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홍익희 칼럼니스트
홍익희 칼럼니스트

성경에는 축복받은 7가지 식물이 나온다. 감람나무, 포도나무, 종려나무, 석류, 무화과, 밀과 보리이다. 성경에는 포도와 관계된 구절이 363개나 된다. 서양의 역사를 좌우하는 책에서 이렇게 빈번하게 언급될 만큼, 포도는 서방의 식생활에서 엄청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의 하나가 토스카나이다. 토스카나 지방은 구릉이 많은 경사지로 이루어져 있어 풍경이 고즈넉하고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비탈진 경사지에 포도나무가 심겨져 있다. 하지만 인간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구릉은 실상 자갈과 모래밭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탈진 모래밭에 심겨진 포도나무가 옥토에 심겨진 포도나무보다 더 좋고 건강한 포도열매를 맺는다. 그 이유는 비가 와도 비탈길 모래밭은 물을 충분히 머금을 수 없어, 포도나무가 살아남으려면 그 뿌리를 땅 속 깊숙이 멀리까지 뻗어 단단히 대지를 움켜쥐어야 한다. 이러한 포도나무는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물과 함께 무기질 등 건강한 성분을 빨아들여 좋은 포도주를 만들어 낸다.

포도 과즙에는 인, 칼륨, 칼슘, 나트륨, 각종 비타민, , 회분, 단백질 등 많은 성분들이 들어있다. 여기에 효모가 첨가되면, 평소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는 효모가 호흡을 하지만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당을 분해해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인 발효이다. 포도주의 용도는 다양했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숭배하는 신을 영접하기 위해(환각/각성상태를 의미한다) 마셨다가 나중에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의식, 축제,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자리 등에서 대화의 매체로 활용되었다.

포도주는 다른 술과는 달리 제조과정에서 물이 전혀 첨가되지 않으면서도 알코올 함량이 적고, 유기산, 무기질 등이 파괴되지 않은 포도 성분이 그대로 살아 있는 술이다. 이렇듯 포도주는 순수 포도만을 발효하여 만든 술이기 때문에 도수가 낮고 향과 맛이 좋아 식사 때 늘 곁들여졌다. 특히 포도주는 알칼리성 음료로 산성화된 인체를 중화시켜 건강에 좋다. 이렇게 포도주는 오늘날과 같이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의 개념이 아니라 식사 때 느끼한 음식을 중화시키는 목적으로 마셨다.

필자가 유럽에 10년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유럽인들은 와인 선물을 정말 좋아한다. 집에서 파티를 열거나 손님 대접할 경우 초대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와인을 들고 간다. 또 기념일 등에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을 상대가 기억했다가 선물로 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생일날 자기가 태어난 해의 포도주를 선물 받는 걸 가장 큰 영광으로 여긴다.

지중해 남부지역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만이 적으며, 심장질환과 혈관질환 병에 걸리는 확률이 낮은데,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애용하는 포도주와 올리브유에 있다고 한다. 의학 전문가들이 말하는 와인의 효능을 살펴보면, “적포도주의 항산화 성분은 새로운 지방세포 형성을 방해하는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능력과 해독효과가 있어 비만이 될 위험을 낮춰준다고 한다.

포도주는 알맞게 마시면 약이 되지만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고 무엇보다 실수하기 쉽다. 유대인 최고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탈무드>에는 과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아담이 포도나무를 심을 때 악마가 찾아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담은 맛있고 기분 좋아지는 물을 만드는 열매가 맺는 나무라 했고, 귀가 솔깃해진 악마는 포도가 잘 자라는 데 도움을 줄 테니 자신도 마시게 해달라고 거래를 제안했다. 아담이 허락하자 악마는 양과 사자, 돼지, 원숭이의 피로 포도를 키웠다. 그 열매로 맺은 포도주를 마시자, 처음에는 양처럼 순하다가 나중에는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종국에는 필름 끊기면 돼지처럼 아무데서나 뒹굴고 원숭이처럼 날뛰게 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이야기꾼 아이소프스의 <이솝우화>에도 등장한다는 말도 있다. 좌우지간 이것은 그저 우화일 뿐이지만, 고대에도 이미 이처럼 널리 퍼져있을 만큼 술을 조심하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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