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 칼럼] 세계 문명사의 숨은 주인공, 소금
[인류문명사 칼럼] 세계 문명사의 숨은 주인공, 소금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10.2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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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홍익희 칼럼니스트
홍익희 칼럼니스트

고대 4대 문명부터 로마, 인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문명이 발전한 곳에는 예외 없이 소금이 있었다. 문명은 항상 소금의 기반 위에서 탄생했으며 소금 덕분에 도시와 나라를 이룬 곳이 많았다.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 물, 식량, , 소금이다. 그래서 소금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하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보통 문명은 강 하류에서 탄생하는데, 이는 그곳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4대 자원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명은 소금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시작됐다.기원전 3천 년경 가나안 해안지역에 살던 가나안 사람들은 열악한 지리적 환경을 극복해야 했다. 그들의 등 뒤는 해발 3000미터의 거대한 레바논 산맥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남은 길은 하나, 즉 바다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가나안인들의 최초 수출 품목은 그들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올리브유와 포도주, 그리고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햇볕에 말린 건어였다.

가나안 사람들은 이집트에 가서 교역을 하며 이집트 소금호수의 밑바닥에 생긴 소금덩어리인 조염을 사왔다. 그들은 이것을 끓는 물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한 깨끗한 정제 소금을 만들어내, 이것을 다시 소금이 안 나는 지중해 지역에 내다 팔았다.기원전 8세기,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에는 소금거래를 하던 상인들이 모여 살았다. 당시 소금은 구하기가 어려워, 생필품이면서도 대단히 고가의 귀중품이었다.

로마인들은 근교 테베레 강 하구에 유럽 최초의 인공 해안염전을 만들고 하천을 통해 로마로 운송했다. 귀한 소금이 로마에는 많다는 소문이 나자 유럽 각지에서 소금상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왕래가 빈번해지자 유럽 각지에서 로마로 오는 여러 길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생긴 소금 수출 길이 이른바 소금길이다.

소금 유통의 중심지가 된 로마는 점점 더 강성해졌다. 로마는 소금길에서 고액의 통행세를 받아 막대한 부를 챙겼으며, 또한 큰 돈벌이가 되는 소금 판매사업을 국가가 독점하는 전매제도로 만들었다. 그렇게 국가가 소금판매를 독점하고 수출 또한 늘면서 로마는 자연스럽게 부강해졌다. 결국 소금의 수요가 무역로를 닦아 소금길을 만들었고, 이 소금길들이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하게 한 것이다.

소금은 우리 한민족과도 뗄 수 없는 사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가 모두 건국 때 우선적으로 확보한 지역이 소금 산지인 바닷가 갯벌이었다.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 신화에 소금 장수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특히 우리 서해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거의 유일한 대형 갯벌이다. 일조량과 기후가 천일염 생산에 적합하다.

이밖에도 소금은 해상교역을 발전시켰고, 각 나라는 이에 맞춰 여러 곳에 소금 유통 중심지를 만들어주었다. 조선시대 마포 나루터가 좋은 예이다. 마포동과 용강동 일대의 마포 나루터는 조선시대부터 소금과 새우젓 집산지로 유명했다. ‘마포염이라는 이름의 소금이 있을 정도였다.염전 하나 없는 마포가 소금 유통의 중심지라니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마포나루 상인들은 한강 수로를 이용해 서해, 충청, 전라도까지 소금과 새우젓을 공급했다. 서울의 염리동이나 염창동도 소금창고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소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상품이었다. 모든 문명은 소금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발아하기 시작했으며 세계 경제사에서 빛을 보았던 국가나 도시 대부분은 소금 전매제도에 힘입어 번성한 곳이 많았다. 이처럼 귀중한 소금, 가끔씩은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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