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 단풍지도
[기상칼럼] 단풍지도
  • 서귀포방송
  • 승인 2020.10.0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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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칼럼니스트.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제9대 기상청장(2011.2~2013.3).
전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위원. (사)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조석준 칼럼니스트
조석준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가을은 푸른 하늘과 코스모스, 고추잠자리 그리고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깊어간다. 가을의 대상물들은 대부분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해내지만, 단풍만은 우리들 마음에 온갖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국 북동부 등과 더불어 단풍이 아름답기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 단풍의 화려한 모습은 예로부터 유명한데, 선조들의 시조나 산수화 등에서도 자주 눈에 띈다.

옛 사람들은 단풍의 모습을 감상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풍잎을 긁어모아서 차를 끓이거나 약을 달여 먹기도 했다. 그 까닭은 단풍잎의 붉은 빛이 사악한 기운이나 귀신을 쫓아내서 차 맛이 정화되고 약기운이 더 돋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밖에 오늘날의 30대 이상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풍잎이나 은행잎을 책갈피에 꽂아 말린 다음 편지에 넣어 부치기도 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단풍은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잎 속에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 녹색잎이 적색, 황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여름 내내 성장을 하고 푸르름을 간직해 온 나무들은 햇살이 약해지고 평균기온이 섭씨 15도 이하로 (9월 말 서울의 날씨) 내려가면 성장 멈추고 겨울 동안 자신들의 몸을 보전키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림 준비를 한다.

이때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잎 속에 들어 있던 안토치안이나 카로티노이드 등의 색소가 드러나는데 나무에 따라 은행나무는 노란색, 단풍나무는 붉은색 등이 우세하게 나타나 아름다운 단풍이 되는 것이다. 단풍이 드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른 것은 물론, 나무에 따라서도 다르다. 한 나무나 숲을 기준으로 전체 나뭇잎의 약 20퍼센트 정도가 울긋불긋해졌을 때부터 단풍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전체의 80퍼센트 정도가 물들면 이때를 단풍의 절정기로 간주한다.

단풍소식은 북쪽으로부터 전해오는데 본격적인 가을날씨가 계속될 경우, 하루에 50리씩(20km) 남쪽으로 내려가고 높은 산에서는 하루에 50m씩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그 해의 기상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맑은 날이 많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해일수록 단풍이 곱다. 따라서 많은 비가 내린 해에 아름다운 단풍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 무리이다.

나뭇잎은 마지막으로 자기 희생을 통해서 나무를 보호한다. 만약에 나뭇잎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남은 채 겨울을 보내려 한다면 나무 전체가 세찬 바람과 폭설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 것이다. 단풍은 어쩌면 낙엽으로서 일생을 마쳐야 하는 나뭇잎에 대한 자연의 보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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