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화원에 물을 주세요 죽어야 피는 꽃을 주세요
꽃잎 고르기
이정은 시
1
꽃잎이 가슴을 도려낸다
겹겹이 도려낸 가슴은
폐허만 남아
꽃은 다시 피어날 수 있는가
2
동백 꽃잎 한 장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강간하는 설인은
부서진 동백꽃, 언 땅에 떨구고
맞을 짓을 해서 때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폭설의 무너져 내림은
피멍 든 동백 무덤 속으로 가고
사람들이 국화꽃을 들고 무엇을 하는 걸까
나를 알고는 있었을까
오늘도 한 사람이 검은 동백을 두고 간다
3
눈 내린 겨울
50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암매장하기 전,
아내는 다섯 차례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눈 내린 겨울 옆에는 동백 꽃잎만이 스러지고
4
사무쳐서 그대를 묻지 못했습니다
돌비석 위에 꽃을 심어
무덤에 비를 뿌려주세요
천둥도 함께 보내주세요
알뿌리로 숨어있는
몸부림이 들썩일 수 있도록
지푸라기 꽃이 말을 합니다
꽃이 비석에서 피는가?
화원에 물을 주세요
죽어야 피는 꽃을 주세요
출처: 이정은 『평범한 세계』 시인동네 2023
친애하는 독자님께!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정은 작가님의 시 「꽃잎 고르기」를 함께 읽으며 그 의미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 시는 동백꽃을 통해 폭력, 고통, 죽음, 그리고 기억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시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이미지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첫째로, 꽃잎이 가슴을 도려낸다.
첫 구절에서 시인은 꽃잎이 가슴을 도려낸다고 표현합니다. 마치 붉은 동백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면처럼, 꽃잎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가슴을 후비는 아픔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꽃이 다시 피어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집니다.
둘째로, 동백꽃과 폭력입니다.
눈 덮인 차가운 바닥 위에 부서진 동백꽃이 떠오릅니다. 시 속에서는 동백꽃이 폭력과 희생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검은 동백'이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외면 받거나 침묵 속에 묻히는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셋째로, 눈 내린 겨울과 절망적인 현실입니다.
시 속에서 “눈 내린 겨울”이라는 배경은 차가운 현실을 나타냅니다. 한 여성이 가정 폭력으로 인해 다섯 번이나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비극을 피하지 못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차가운 눈 속에서 스러진 동백꽃은 그녀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무덤과 꽃입니다.
돌비석 위에 꽃이 피어납니다. 하지만 이 꽃은 삶 속에서 피어난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비로소 주목받은 꽃입니다. 시인은 “죽어야 피는 꽃”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가 비극을 겪고 나서야 문제를 인식하는 현실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을 노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백꽃을 통해 희생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꽃이 스러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자님께서도 이 시를 통해 많은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작은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 봄이 오고 있음을 당신께 전합니다.
4월의 아름다움을... 그러나 그 슬픔을 기억하며.
건강하세요. 다음에 또 뵙기를 소망합니다.

<이정은 시인>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석사 졸업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으며, 2022년 《뉴스N제주》 신춘문예에 당선한 바 있다.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원, 〈교육문예창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제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하며 시집 『평범한 세계』를 출간했다. 2025년 <평범한 세계> Art & Poem 개인전을 ‘AI시대, 인간만의 존재증명’주제로 했다.
E-mail: lje794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