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권리 지키는 법안과 정책 출발점 되어야
헌법소원 청구 단체들…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미있는 진전

기후위기 대응 법안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정은 아시아에선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의 근거 법안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안이 기후위기 보호조치로서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29일 전원일치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밝히며 “2026년 2월 28일 시한으로 개정 입법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다만 탄소중립기본계획과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에 대한 다른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총 4건의 헌법소원에 대한 판단이다. 김서경(당시 18세)씨 등 19명의 청소년은 2020년 3월 "정부의 미흡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후 시민기후소송(2021년 10월, 시민 123명)과 아기기후소송(2022년 6월, 영유아 62명),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2023년 7월, 시민 51명) 등이 이어졌다. 헌재는 지난 2월 4건을 병합해 4월과 5월 등 총 2차례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헌재의 결정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오늘 판결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우리의 삶이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기후위기를 넘어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아기기후소송의 한제아(12, 초6) 청구인은 “헌법소원은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오늘의 결과가 마치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기쁘고 뿌듯하다"면서도 “우리가 기후위기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았던 것처럼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의 김서경(22)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위험을 줄이는 것과 위험이 다시 커지지 않도록 위기를 심화시킬 여지가 있는 것들을 통제하고, 삶과 사회의 유지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이 헌법소원으로 기후대응 기준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구인들은 이날 헌재의 결정을 발판 삼아, 앞으로는 법안과 국가 계획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2020년 청소년기후소송부터 사건을 대리해 온 윤세종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에 따라 모든 국가기관에 기속력을 가지며, 이는 법이 정한 국회와 정부의 의무"라며 “미래세대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고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했다는 것이 핵심적인 위헌 사유이므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한 내에 이 위헌성을 해소하는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기후소송 청구인인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오늘의 판결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헌법을 통해, 그리고 정부의 책임으로,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켜야 한다는 선언이며, 정의로운 기후 대응의 시작”이라며 “우리에겐 기후 재난이 일상화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서로 돌보고 함께 사는 삶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온 기후 소송 승소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기후소송네트워크의 공동 디렉터 사라 미드는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유럽인권재판소를 잇는 한국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아시아 최초로서 지역 전체에 중요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전세계 계류중인 수십건의 유사 사건들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최초의 ‘청년기후소송'을 대리하는 아사오카 미에 키코네트워크 대표 변호사는 “한국 헌재의 이번 판결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사법적 결정으로, 일본의 2035 감축 목표와 에너지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본은 헌법재판소나 국가인권위와 같은 인권 구제 시스템이 없는 만큼 일본 법원은 청소년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