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갤러리, 돌깨비 베르너사세 작가전
포도갤러리, 돌깨비 베르너사세 작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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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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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르너사세
웨르너사세

포도갤러리에서 베르너 사세의 개인전이 12월 4일까지 열리고 있다.

베르너 사세 작가는 1966년 이래, 한국과의 긴 인연을 지니고 있는 특별한 배경을 떠나서도 한국과 서구의 매력이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그림세계로 개인전 20회, 단체전 17회 및 다양한 드로잉 퍼포먼스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포도갤러리 전시 '돌깨비'는 이름처럼 ‘돌 안에 숨겨져 있는 도깨비’ 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제주의 돌’과 닮아있는 사세의 그림은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과 같다. 단순한 흑백의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가 마주한 그림세계는 마치 하나하나의 도깨비처럼, 시시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지에 먹과 황토로 담담하게 표현한 사세의 감정, 경험 등을 느낄 수 있는 25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을 사랑한 독일인, 베르너사세의 초대전으로 베르너 사세와 한국과의 인연은 1966년 개발원조사업을 시작으로 그가 제주도에 정착하기까지 긴 세월간 이어져 왔다.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학국학에 매진하며, 제주에서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와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도 무궁무진 하지만, 작가로서 한지와 먹, 담백한 필체로 그려 나가는 그의 그림은 황토 빛의 흙으로 표현되어 독특하고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노트

나는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며, 일생동안 한국의 전통문화를 연구해온 학자 겸 화가이다.

나에게 그림 그리기는 해방이다.

어떠한 불안, 영혼을 짓누르는 불분명한 압력,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움, 또 분노 같은 감정이 일렁일 때, 마음속에 하나의 그림이 흐릿한 형상을 띄며 나타나기 시작한다. 검은 색의 추상적인 그림들이 나타난다.

그럼 바닥에 한지 한 장을 놓고 첫 획을 긋는다.

두 번째, 세 번째…

나와 그림 사이에서 일종의 대화가 시작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림의 주인이 아니다.

붓, 하얀 한지, 먹이 각자의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삶을 시작한다.

나는 다만 대답하는 자로써, 그림이 질문을 던지면 대답을 할 뿐이다.

선들은 그 본질을 넘어 역동적인 방향성을 갖는다.

그 그림 때때로 균형과 역방향을 요구하기도 하고, 흰 면과 검은 면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내 임무는 그 가운데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몸을 곧추 세우고 일어서는 힘과 받쳐주는 힘.

앞을 향해 내달려가는 힘과 멈춰서는 힘의 조화.

그림은 스스로 자라난다.

그림이 마침내 균형을 잡고 내 앞에 서면 내 마음을 짓누르던 압력도 문득 사라지고 없다.

나는 다시 자유를 찾아 느긋하게 그림을 바라본다.

나에게 그림 그리기란 치료 행위이다.

그림을 그리고 난 후 며칠 동안 그림을 벽에 걸어 두고 차근차근 고쳐 나간다.

부분부분 아주 세심하게 한 점을 추가하거나 한 획을 조금 더 길게 늘어뜨리거나 혹은 더 굵게 고친다.

그림과 나의 대화는 이런 과정을 거쳐 끝이 나고,

나는 다시 한국 학자로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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