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절의 씨앗을 뿌리자
[기고] 친절의 씨앗을 뿌리자
  • 서귀포방송
  • 승인 2023.11.01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기혁, 서귀포시 영천동
양기혁
양기혁

나는 부모님께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배우며 자랐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처럼,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친절이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친절이 항상 나에게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친절을 베풀수록 더 무례해지거나, 나의 친절함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친절함에 친절함으로 보답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친절한 사람을 얕보고, 괴롭히고, 악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친절을 베풀었을 때 돌아오는 것이 폭언, 욕설, 무시, 괴롭힘 같은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사람에게 실망하게 된다.

그렇게 몇 번의 실망과 상처를 겪고 나서, 나는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그 사람들의 불친절에 휘둘려서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꿔서 바라보기 시작하니, 친절을 베푸는 일이 씨앗을 뿌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부는 씨앗을 뿌릴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당연히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풍성하게 열매 맺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 씨앗들이 항상 싹을 틔워내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비가 내리지 않아 말라죽기도 하고, 태풍에 휩쓸려 한 해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결국 친절의 씨앗이 살아남는 걸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러니 나의 친절에 상대방이 화답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그의 삶 속 폭풍우가 내가 뿌린 친절의 씨앗을 휩쓸어가 버린 것뿐이니까.

그러므로 나의 친절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상대방의 몫이니 그것은 그들에게 맡겨 두고, 나는 그저 나의 일에 성실하게 임하기로 했다. 씨앗을 뿌리는 농부처럼, 내가 뿌린 친절의 씨앗이 무럭무럭 잘 자라나길 바라며.

서귀포방송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서귀포방송에 큰 힘이 됩니다.
게재된 제휴기사 및 외부 칼럼은 본사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