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닐 때, ‘미소인사상’이라는 상이 있었다. 미소를 짓고 인사를 잘하면 받을 수 있는 상이다. 흔히 상이라고 하면 특별한 일에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라는 당연한 행위에 주는 이 상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인사라는 이 당연한 행위를 잘 해내기란 사실 쉽지 않다. 먼저 인사할 상대가 있어야 하고, 상대를 인식해야 하고,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와 표정을 만들어 인사를 건네야 한다. 잘 해내지 못하면 무시했다는 오해를 받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넬 때도 있고, 상대가 듣지 못하고 가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인사를 잘하지 않는 사람도 하더라도 스치듯이 웅얼거리며 하는 사람도 많다.
친절이라고 하면 미소짓는 얼굴, 나긋한 말투가 떠오르곤 한다. 대구광역시는 과거 ‘미소친절 대구’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도 했다. 미소를 짓지 않아도 친절할 수 있을 텐데 왜 미소가 친절의 상징이 되었을까?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시절 ‘카트라이더’와 ‘크레이지 아케이드’라는 게임이 유행했다. 이 게임들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게임 한 판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 버튼을 눌러야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준비 버튼을 누르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미소짓는 얼굴은 이 준비 버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을 유심히 보고 있거나 미간을 찌푸리거나 홀로 생각에 잠긴 표정은 말을 걸기 어렵게 느껴진다. 상대가 나를 보고 미소 지을 때 인사를 건네거나 말을 붙이기 쉬워진다.
상대를 인식하고 미소로 호의를 표현하는 것 이것이 친절의 시작인 것 같다. 내일은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 보자. 거울앞에서 입꼬리를 실룩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