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태홍

길 없는 길
(변시지 화백을 만나자)
오랫만에 변시지예술공간에 갔다.
늘 넉넉한 미소로 모두에게
여유로움을 주는 변정훈이사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사무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그림 한점.
변시지 화백의 작품이다.
넋 놓고 보고 있자니 그림속의 사람이
내가 된 듯 그림속으로 빠져든다.
변시지!!!!?
끝없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고,
그 이야기가 번잡스럽지도 속되지도 않다.
변정훈이사장에게 물어본다.
제목이 무엇인가를....
그림을 보고 느끼는 사람의
생각이 제목이라고 한다.
우문현답.
고개를 돌려 다시 그림을 본다.
난 무슨 이야기 나눴는가?
무엇을 보았는가?
웃음이 나온다.
헛웃음.
내가 본 건 껍데기.
그림속 집은 모두 빈집이다.
대문엔 정랑이 걸쳐 있지 않다.
무문이다.
집은 왼쪽은 닫혀 있고
오른쪽은 열려 있다.
임자 없는 책상만 덩그러니....
가운데 길은 막혀 있다.
멀리 땅이 보이고
그곳에는 말 한마리가 있다.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길을 찾는 사람은 외로이 길을 찾는다.
변시지화백은 어떤 길을 원했을까?
그 길이 무엇이건 고독의 길이다.
왜? 힘들고 외로운 고통을 스스로 찾아 갔을까?
그 길의 끝은 어디일까?
보이지 않는 그 길을 찾아 저 말을 타고
언제 힘차게 대지를 박차고
원하는 그 곳으로 갈까?
그렇다 그는 길을 찾는게 아니라
길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도 난 미로를 헤메고 있다.
그는 길 없는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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