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모 언론에서 공소장을 공개한 것을 본적이 있다. 공소장은 공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검사가 기록하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공소를 발신하는 자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도록 하여야 한다. 공소를 제기하는 사유 또한 함께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공소장을 공개한자는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 언론은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명예를 훼손하는 아이러니를 범하게 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47조에 따라 공판개정 전까지 비공개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7조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2006두3049)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47조의 취지는 소송에 관한 서류가 일반에게 공표되는 것을 금지하여 소송관계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서양속을 해하거나 재판에 대한 부당한 영향을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라고 말하고 있다.
공소 제기됐다고 해서 '무차별적 공개' 하면 안 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소제기 후 수사한 결과를 언론에 알리는 것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이 경우에도 개인의 명예훼손을 최소화해야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이유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소제기 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여전히 지켜져야 할 헌법상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가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거나, 공소장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인정보의 처리 및 보호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10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결국 공소장의 공개여부는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하며, 단순히 관행이라는 이유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막연히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공소장을 공개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공소장은 개인의 인적사항은 물론 수사한 결과를 나타내는 공소사실 그리고 적용법조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공소장을 공개하는 경우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 이상의 내용이 알려지게 된다.
검사가 수사를 마친 다음 공소를 제기하면 법원에서 변호인과 피고인에게 공소장을 송달한다. 최소한 변호인과 피고인에게는 공소장이 공개된다. 피해자나 고소인의 경우 당연히 공소장을 교부하지는 않지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공소장의 사본을 요청할 수도 있고 법원의 판단에 의해서 공소장의 교부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공소장의 공개는 엄격하게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일단 공소가 제기된 다음의 공소장 공개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는 형식이어야 하며 특히 피해자가 수사기관이 자신을 수사한 내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피고인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공소장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돼서는 안된다.
수사한 결과 가장 악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공소장이다. 수사기관의 주관적 감정이 가득 담겨있는 경우도 자주 있어 공소장을 공개해서 피고인을 공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이미 법치주의의 근간인 적법절차의 준수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공소장은 자신의 주관적 평가가 담겨있어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서 뒷받침되지 않는 사실들도 공소장에 버젓이 기재되는 경우가 많다. 공소장이 공개돼 돌아다니게 된다면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그만큼 위축되는 것이며, 그의 인권은 공개된 장소에서 벌거벗고 서있는 것과 마찬가지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서 공소장 내용을 공개해서 피고인을 압박하는 것은 절차적 정의를 벗어난 것으로 그 자체가 범법 행위라고 생각된다. 언론인은 제보자와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따라서 공소장을 언론에 보도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