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 주름살과 나이테
[기상칼럼] 주름살과 나이테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4.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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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칼럼니스트.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제9대 기상청장(2011.2~2013.3). 전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위원.
(사)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조석준 칼럼니스트
조석준 칼럼니스트

사람이나 나무는 대자연과 세월 속에서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데 그 표시가 주름살과 나이테로 각각 나타난다. 사람들은 50대가 지나 웬만큼 나이가 들면 얼굴의 주름만으로는 누가 연장자인지 구분이 가질 않아 같이 늙어간다는 말을 흔히 쓴다.

이와 마찬가지로 큰 나무들도 겉모습만으로는 어느 것이 오래된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무는 나이테에 그의 나이를 정확히 기록할 뿐만 아니라 그 나이테에 자신이 살던 시절의 날씨나 기후변화 심지어는 산불 기록까지 적어놓는 진실성을 보이고 있다.

나이테는 나무를 가로로 잘랐을 때 줄기나 뿌리 부분에 생긴 동그란 고리 모양의 무늬결로서 일 년에 한 겹씩 더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나이테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온대지방 나무에서 잘 나타나고, 열대지방처럼 연중 기온변화가 적은 곳에서는 그 무늬가 불확실하다. 나이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폭이 크고 색깔이 옅은 부분과 폭은 좁으나 색깔이 진한 부분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나이테의 색깔이 엷은 곳을 춘재(春材)라고 부른다. 이것은 날씨가 온화하고 강우량이 많은 봄부터 여름까지 나무가 빠른 성장을 해서 폭이 넓어진 곳으로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다. 나이테의 폭이 좁은 곳은 추재(秋材)라고 한다. 이것은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만들어지는데 이때는 기온이 점차 떨어지고 강우량이 적은 관계로 나무가 더딘 성장을 하는데 사람의 장년기에 해당된다.

하나하나의 나이테를 분석하면 그 나무가 자라나는 동안의 기상과 기후변화, 병충해, 경우에 따라서는 산불의 역사까지도 알 수 있다. 나이테가 두꺼운 해는 기온이 예년보다 높고 강우량도 풍부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좁은 나이테는 가뭄이나 한발이 있었던 시기로 추정할 수 있다. 산불이 날 경우에도 그 흉터가 나이테에 남기 때문에 수 년 된 나무를 조사할 경우 그 지역의 산불의 역사도 알 수 있다.

나무의 나이테는 화석이나 지층현상처럼 인간의 역사를 선사시대 이전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는 6천 년의 나이테를 가진 거목이 있으며 4천 년짜리는 흔한 편이다. 따라서 고문서에 쓰여진 홍수·가뭄의 기록과 나이테를 비교하면 정확한 역사를 확인할 수있다. 더 나아가서 수만 년 전 나이테 화석을 분석하면 인간 역사를 수십만 년 이상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나이테로 옛날 자연환경에 대한 추적이 가능한 것은 나무가 당시의 기록을 소상하고 진실되게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부정한 기록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무는 크나큰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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