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 칼럼]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콩 이야기
[인류문명사 칼럼]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콩 이야기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4.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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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홍익희 칼럼니스트
홍익희 칼럼니스트

많은 사람들이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고 하면 놀라곤 한다. 오늘날 농학에서 콩(대두)의 원산지를 한반도와 만주 남부로 보고 있다. 학계에 의하면 약 5000년 전에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조선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밭농사가 지어졌는데, 북한의 회령 오동 유적지에서 기원전 1300년경의 청동기 유물과 함께 콩, , 기장이 나왔다.

그 밖에도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임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조사가 있었다. 1920년대 미국은 세계 식량종자 확보를 위해 세계 각지의 야생작물 채취에 나섰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3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전 세계 야생 콩 종자의 절반이 넘는 3,379종에 달하는 야생 콩을 채취했다. 식물의 원산지를 추정할 때, 변이종의 다양성을 그 기준으로 본다. 결국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콩의 변이종이 발견되어, 한반도가 콩 원산지임을 증명했다.

한반도에서는 500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목축이 발달하지 못했음에도 콩 덕분에 단백질 결핍에 시달리지 않고, 육류 식량을 찾아 이주하지 않고 정착해서 살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유목민족이 되지 않고도 한반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콩 덕분이었다.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콩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 우리나라만큼 발달한 나라가 없다. 한국에서는 콩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콩 요리가 다양하게 발달했다. 콩은 쌀과 보리 등 잡곡과 함께 섞어 먹기도 하지만, 콩의 대표적 변식은 역시 일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콩으로 메주를 담가 이를 이용해 된장, 간장을 만들어 먹었다. 장은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으로 콩 단백질이 분해되어 특유의 향기와 감칠맛으로 우리 음식을 맛있게 하는 기초식품이다. 육류 섭취가 부족했던 우리나라 전통 식생활에서 장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콩의 성질을 알고 된장, 청국장, 두부 같이 다른 방식으로 콩을 가공해서 먹었다. 또 콩으로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콩나물은 콩을 발아시켜 만든 식품이지만 오히려 콩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보다 우리 몸에 훨씬 좋다고 한다.

대표적인 콩 가공식품의 또 다른 후보가 바로 두부다. 두부는 10세기 이후부터 중국 문헌에 등장한다. 한국 문헌 중에서 처음 두부가 등장한 것은 고려 말기 이색의 목은집(牧隱集)시집 중 한 시에서 "나물죽도 오래 먹으니 맛이 없는데,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어 늙은 몸이 양생하기 더없이 좋다."라는 구절이 있다.

콩은 장수 음식이다. 원광대학교 보건대학원은 우리나라 장수마을을 조사한 결과 콩과 마늘 수확량이 많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장수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장수 국가가 일본이다. 그 비결의 하나가 발효음식을 즐겨 먹는 습관 덕분이다. 일본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품이 바로 미소시루'낫토'. 미소시루는 우리 된장국과 비슷하나 다소 엷고 담백하며, 낫토는 우리나라 청국장과 비슷한 형태이긴 하지만 된장이 되기 전까지만 발효시킨 음식으로 대두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고 발효로 인해 끈적거린다.

지금도 한반도 곳곳에서 다양한 야생콩과 재래종 콩이 자생하고 있다. 평소 우리가 애용하는 콩은 대두, 서리태, 쥐눈이콩 등 몇 가지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갈색아주까리, 밤콩, 선비잡이, 수박태, 아주까리, 오리알태, 우렁콩, 호랑무늬콩 같이 희귀한 콩 토종자원이 여전히 많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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