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칼럼] 은행의 파업이 보여준 것
[의식개혁칼럼] 은행의 파업이 보여준 것
  • 서귀포방송
  • 승인 2021.02.26 0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근태 칼럼니스트. 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한근태 칼럼니스트
한근태 칼럼니스트

보통 생산성 하면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을 연상한다. 맞다. 하지만 그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일이 과연 영양가 있는 일인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조직이 그러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 있다. '우리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알 수 있다. 답하기 쉽지 않다. 마치 '난 왜 존재하는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같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그럴 때는 '우리 조직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우리 조직이 없어지면 누가 가장 곤란하고 아쉬워할까? 혹시 우리가 사라지면 고객들이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로 질문을 바꾸면 답하기가 좀 낫다. 청소하는 사람,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 같은 경우는 누구나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 그들이 며칠만 일을 하지 않으면 완전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꼭 필요한 존재다.

반면, 그렇지 않은 조직도 있다. 오래 전 모 은행에서 수천 명의 직원이 하루 동안 파업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불편했다. 연봉을 그렇게 많이 받는 사람들이 무슨 파업이냐'는 반응보다 파업했느냐? 파업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 그들은 파업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세상에 널리 알린 격이다. 그들이 없어도 별 불편함이 없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만약 조직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면 파업을 해보면 된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달씩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곧 '고객이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우리가 누굴 위해 일하고,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는 질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꼭 물어야 하고, 반드시 답을 해야 하는 질문이다. 누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강의를 하고 자문을 하고 책을 쓰는 나는 누구보다 고객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강의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이 나를 불러줘야 한다. 책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많은 글을 쓰고, 책을 내도 독자들이 책을 사보고 반응을 해야 한다. 고객이 찾지 않는 저자는 사실 저자가 아닌 것이다.

서귀포방송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서귀포방송에 큰 힘이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