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보통 생산성 하면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을 연상한다. 맞다. 하지만 그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일이 과연 영양가 있는 일인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조직이 그러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 있다. '우리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알 수 있다. 답하기 쉽지 않다. 마치 '난 왜 존재하는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같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그럴 때는 '우리 조직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우리 조직이 없어지면 누가 가장 곤란하고 아쉬워할까? 혹시 우리가 사라지면 고객들이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로 질문을 바꾸면 답하기가 좀 낫다. 청소하는 사람,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 같은 경우는 누구나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 그들이 며칠만 일을 하지 않으면 완전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꼭 필요한 존재다.
반면, 그렇지 않은 조직도 있다. 오래 전 모 은행에서 수천 명의 직원이 하루 동안 파업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불편했다. 연봉을 그렇게 많이 받는 사람들이 무슨 파업이냐'는 반응보다 ‘파업했느냐? 파업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 그들은 파업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세상에 널리 알린 격이다. 그들이 없어도 별 불편함이 없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만약 조직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면 파업을 해보면 된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달씩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곧 '고객이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우리가 누굴 위해 일하고,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는 질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꼭 물어야 하고, 반드시 답을 해야 하는 질문이다. 누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강의를 하고 자문을 하고 책을 쓰는 나는 누구보다 고객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강의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이 나를 불러줘야 한다. 책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많은 글을 쓰고, 책을 내도 독자들이 책을 사보고 반응을 해야 한다. 고객이 찾지 않는 저자는 사실 저자가 아닌 것이다.